-
-
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남녀의 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란사는 기생출신이었지만 돈 많고 나이 많은 영감의 후처를 차처해 그 삶을 정리하고자 했던 친구 윤화영과, 일제에 의해 핍박받는 조국을 차마 볼 수 없어 봉기했던 기생 순이에게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면서 깨어있는 여성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여자라고 해서 차별받아야 할 일은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p175)
이후 고종과 그의 아들 이강과의 연으로 독립운동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데요, 안창호, 안중근,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과 임시정부의 속 이야기, 그리고 군자금 마련을 위해 애쓰는 대한애국부인회, 시장터의 여러 민초들의 헌신과 함께 흥미진진한 애국 활동이 전개됩니다.
특별히 이강과의 만남은 딱딱한 소설에 하늘의 별과 같은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기품있고 위엄있는 목소리, 훨칠한 키, 마른 외모, 시절이 좋았다면 왕이 될 사람이지만, 바람처럼 구름처럼, 이 강산 산천을 떠돌며 물살에 휘둘려 둥둥 떠다니는 물풀처럼, 일경들의 감시로 동가식서가숙하며, 사는 나날이 다 괴로움의 연속인 불운의 황태자와의 인연으로 란사는 그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결심을 합니다.
"애정하면 못할 것이 없소. 애국도 그러할 것이오.이 땅을 애정하기에 애국해야 하는 것이오"(p.178)
하루 앞 한 시간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거늘 정한 뜻을 실천하며, 거침없는 신여성의 삶을 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대한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하란사의 일대기가 권비영 작가의 손을 통해 역동적인 문체 속에서 풀어내고 있는데요, 생경했던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판해주신 특별한서재에 감사하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많은 순국열사들에게 다시금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