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어쩐지 나의 이름이 아닌 것만 같아서
이름을 알고 싶어 길을 떠났다
긴 여정 끝에 본명을 알게 되었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었지만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지금껏 나는 이름을 남기며 살아왔다
(중략)
살아오면서 한 일이라곤 시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도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시도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우, 시도가 있었다 중
초등학생 때 영국인 선생님은 날 Joey라 불렀다. 스페인에서의 이름은 Lucía였다. 전 남자친구는 나를 애칭으로 부르곤 했다. 아직까지도 나를 아명으로 칭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는 사람의 명칭은 결코 주민등록상 이름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그깟 이름이 뭐라고, 가끔은 내가 한없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이름 세 글자를 오롯이 손에 쥐기 위해, 죽는 날까지 끝없는 여정을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살아가는 내내 '시도'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