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의 기억을 가지고 20년 넘는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 심지어 그게 계속 반복된다면? 이 엄청난 축복같은 능력을 작가는 무척 실감나게 저주로 바꿔 놓는다. 결국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궁금했는데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는 것 같다. 이게 제일 최선이 아닌가 라고 묻는 것 같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경험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깊은 동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리플레이"에 완전 설득되었다. 보기 드문 흥미진진한 설득이다.
인물관계도를 만들며 읽었다. 특히 이철과 관련된 노동자들 한 명도 빼먹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대로 이 책을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읽고서는 '차광호'를 찾아보았고 '홍기탁, 박준호'를 알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쌍용자동차와 KTX의 노동자들의 마지막 뉴스를 찾아보았고 읽는 내내 떠올랐던 이름인 '김진숙(소금꽃나무)'도 찾아보았다. 그녀가 제발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였던 때가 벌써 9년 전이다. 올해로 그녀는 환갑이 되었고 지난 달부터 자신의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범하게 숨죽여 살기가 더 힘들었던 그들의 삶을 읽으며 나라면 그 때 어땠을지를 물었다. 그건 상상보다는 지금의 삶으로 대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