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의 계절
온다 리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나의 지난해 결심중의 하나는 책을 읽은 후기를 꼭 올리자는 거였다.

그래서 한권을 읽고나면 그 책에 대한 후기를 올리기전에는 다른 책에 손 대지않기.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후기를 올리기전에 이미 읽은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고나면 바로 일어나는 금단현상에 이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책을 보게되는거다

그래서 결국에는 후기를 쓰지못한 책이 한권이 두권되고, 쌓여만 가게되더라

 

2011년의 목표역시 여전히 읽은 책의 후기를 좀 잊지말고 올리자~ 라는 데에는 변화가 없다.

하하

지켜질런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이거 어디선가 본것 같은데? 라는 물음표를 머리속에 가득 가지고도 다 읽은 후에야 이거 예전에 읽은거잖아, 하는 낭패를 벗어날테니

#2010no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오늘에까지 읽은 책이 이미 2권, 읽고있는 중인 책인 1권

제발, 이 한권의 마지막에 다다르기 전에 읽은 2권의 책의 후기를 제발 올리자~

제발~

ㅋㅋㅋ

 

 

심하게 긴 시작은,

다 2011년을 맞이하는 설레임? 같은거리라

 

 

 

나는 온다 리쿠의 팬이다.

근데 이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향한 느낌과는 좀 다르고, 라틴작가들을 향한 사랑과는 또 좀 다른데

뭔가 소녀적인 내 사춘기시절에 대한 느낌을 때때로 그녀의 책에서 느끼기 때문에 느끼는 일종의 동질감에 대한 팬이랄까?

 

오늘로 2011년하고도 3일째되는 날을 맞았다만,

이 책은 1996년의 책이다.(일본에서 1996년에 나왔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2007년에서야 출판되었다)

1996년이라, 그때의 나는,,,기억조차 나지않는다

15년전의 나를 기억한다는 건, 어쩌다 발견한 15년전의 일기장이라도 읽지않는한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때의 일기장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 당시의 친구이름에 그 친구를 떠올리는데 한참의 시간이 흐를수도 있고

당시의 유행하는 어떤 단어들이 등장한다면,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만큼 15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이고

특히 그때의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란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파악하기에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난 말이야, 어릴 적부터 냉정한 사람이 좋았어."

시즈카는 고개를 들던 너무나도 천진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유미는 뭐라고 대구해야 할지 몰랐다. 시즈카가 말을 이어갔다.

"지금도 냉정한 사람이 좋아.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고, 어떤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항상 침착한 사람. 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친절함에는 보상이 요구된다는 것을, 대가없이 뭔가를 해주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고맙다는 말을 강렬하게 원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한테 후지다 스스무는 동경의 대상이였어.

누구나 한번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사람은 시시해. 착한 사람도 시시해.

그보다는 왠지 차가운 느낌이 들고,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 되고 싶어. 모두가 한번쯤 눈길을 주는, 존재감이 있는,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유미는 조용히 시즈카 옆에 앉았다.

"좋아 했어?"

"아니. 그냥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했어. 아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내가 너무 외로워서 훌쩍거릴 때도, 별 것도 아닌 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도, 이 사람은 전혀 상처받지 않는다. 그 누구도 그에게 상처줄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마음이 놓였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와 같은 존재를 저에게 주신 덕분에 전 마음이 든든하답니다.

뭐, 그런 느낌이였어. 내가 하는 말 알겠어?"

-p.312,313

 

이 책을을 읽노라면 소녀들만이 가지는 소문의 힘에 대한, 우루루 몰려가는 함께라는 의식이 주는 만족감 같은 것이 책 내내 둥둥 떠다닌다.

당연히 나역시 그때에는 저런 부분이 있었겠지, 하는 일종의 추억적 동질감과 함께 그래도 나는 저들보다는 좀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묘한 우월감?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는다.

같은 교복을 입은 소녀들에게서 발산되는 특유의 톤이 높은 목소리와

(요즘엔 20대초반의 여대생 무리에게서도 여고생과 같은 시끄러움이 목격되기는 하지만)

혼자에게서는 없던 힘이 발산되는 특유의 또래적 파워업을 생각하게 된다.

 

 

온다리쿠가 그리는 소녀와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게 첨은 아니다.

환상의 세상을 그리던 삼월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그녀가 그리는 일상의 여고생 이야기들은 이상하게도 내게 착 달라붙어 내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레 긍정의 것이던 부정의 것이건, 그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눈은 책의 글자를 따라가는 중인데

머릿속에는 리플레이되는 내 여고생시절이 자꾸만 더오른다는 말이다

사실 여고생 시절을 떠올리는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씩 시간이 더 지날수록 더 기억할 일이 없는 멀어져가는 기억인데 말이다.

 

아 뭔가 책의 후기라기보다는 주절거림을 뱉어낸 느낌이다만

이 책은 음, 특유의 환상적 무언가도 느껴질것이고

이전의 온다 리쿠의 글들보다는 좀, 서튼 느낌도 엿보인달까

후반으로 갈수록 확 빠져들기보다는 냉정한 시선을 던지게 되기는 한다.

그러나 2011년을 맞은 첫번째 초이스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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