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0년 동안 이 잘못된 ‘적자‘의 해석이 사회운동, 기업의 구조조정,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의 바탕이 되어왔으며, 정부 무용론의 근거로, 타 인구 집단을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근거로, 또 그런 평가가 야기하는 결과의 참혹함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어왔다. 하지만 다윈과 근대의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아주 구체적인 어떤 것, 즉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다. - P19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 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 P32

사람의 기질과 마음이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감정반응이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더불어 포용력도 향상시켰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연선택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문화적 인지능력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사람에게도 자기가축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P.112-113) - P112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로 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 P123

하얀 공막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협력을 증진하는 데 두루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하얀 공막을 친화력 선택의 결과로 보며, 이 진화가 이루어진 시기는 8만 년 전이었을 것으로 본다. 눈맞춤 빈도가 증가하면서 유대와 협력적 의사소통이 촉진되어 옥시토신이 훨씬 활발히 발현되었을 것이다. 또 하얀 공막은 속임수나 사기를 막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분명하고 유일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기도 하다. 사람은 피부, 머리, 심지어는 손톱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홍채도 초록색, 회색, 파란색, 갈색에 검은색까지 다채로운 색이 있다. 하지만 공막은 모두 똑같이 하얀색이다. 하나의 형질이 이렇게 절대적인 단일성을 보이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 P135

자신들이 누리던 자원이나 특권 혹은 어떤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되는 집단이 나왔다면, 그들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정치적 이념 대결이나 혹은 한 사회 내 다른 집단의 상대적 지위가 타인에 대한 비인간화를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레일리가 이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외집단에 대한 비인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는 그들이 먼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었다. 이것을 보복성 비인간화Reciprocal Dehumanization라고 한다. (P.193-194)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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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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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식량을 모으지 못하거나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을 그동안 겪어본 적이 없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어떤 식으로 경제가 지속될 수 있을까?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상황에서 100억 명의 인구가 대규모 기아 사태로 빠져드는 것을 어떻게 피할까? 기후 모델은 역사적 선례가 없는 사회적 • 경제적 • 정치적 시나리오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미래를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305

그러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인종분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라 오늘날 극심한 불평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나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수십, 수백 명씩 물에 빠져 죽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수백만 명의 기후 난민에게 닥친 미래를 본다. 일부 선량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돕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이 혐오에 사로잡혀 그들을 외면하고, 억압받는 자, 남들과 다른 자, 절망적인 자들을 악마화하는 정치적 덕목을 만드는 극우 정당에 투표한다.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권력을 장악했거나 권력에 근접해 있는 이런 파시스트에 가까운 정당들이 전형적으로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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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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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도 잘 알겠지만, 브라질의 정치 체제는 이제 벌목꾼, 목장주, 댐 건설업자들이 삼림을 더 많이 파괴해 최대의 보상을 얻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캡틴 벌목 톱‘이라는 별명을 가진 대통령이 책임자인 상황에서 미래는 암울하다. 폭염과 가뭄이 그들 국가를 황폐화하는 동안에도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영향력이 커지는 것처럼, 아마존을 파괴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열대우림이 파괴에 더 취약해지더라도 맹공격을 가할 각오가 되어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대기 물리학이 아니다. 어쩌면 기후 모델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영하는 방정식이 포함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 P166

오늘날 브라질에는 약 305개의 부족이 있고 구성원은 약 90만 명인데, 문명과 닿지 않은 100여 개의 미접촉 부족이 열대우림의 외진 지역에 여전히 살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브라질의 극우 대통령이 원주민 보호구역에 사냥 허가를 내주면서, 연구자들은 부패한 지방 관리들이 선동하는 원주민에 대한 강력 범죄는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아래 무장한 침략자들에 의한 폭력적인 공격과 살인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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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지구 평균치의 2~3배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북극에서는 이제 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2015년 12월 말 북극의 기온은 빙점과 가까웠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2월 하순의 혹독한 밤의 극지의 기온은 평균 영하 30°C일 것이다. 이 시기에 강력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남쪽에서 온 아열대 공기가 퍼지면서 하루 만에 기온이 25°C나 치솟았다.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었지만 당시 한겨울인데도 북극에 잠깐 비까지 내린 것 같다. - P38

"밝은 흰색의 눈으로 덮인 얼음은 들어오는 태양열의 80퍼센트 이상을 반사하지만, 어두운색의 바닷물은 그 위로 떨어지는 태양 복사열의 95퍼센트까지 흡수한다. 그리고 일단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이 과정은 빠르게 스스로 강화된다. 바다 표면이 더 많이 드러나 태양열을 흡수해 온도를 높이고, 다음 해 겨울에도 얼음이 다시 형성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런 알베도의 변화는 이제 인공위성에 의해 직접 측정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극적이다. 전 세계 평균적으로 이 가열 효과는 2,0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내는 것과 맞먹는다. - P40

이 모든 밑바탕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양의 열기가 엄청나게 증가한 현상이 자리한다. 기상학지들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북태평양 서쪽의 중국 동부, 대만, 한국,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4등급, 5등급 태풍의 수는 2배, 또는 심지어 3배나 증가했다. 열대성 사이클론은 전체 숫자가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점점 더 강력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 P70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은 해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용해되면서 탄산을 형성하며, 가장 직접적으로 해양 산성화를 일으킨다. 산업화 이전 시기 이래로 해양 표면의 pH는 0.1 정도 감소했는데, 이 변화는 이미 산호에서 플랑크톤에 이르기까지 껍데기를 만드는 데 탄산칼슘을 이용하는 유기체들에게 해를 끼쳤다. 이 정도 pH의 감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수억 년 동안 자연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보다 도 빠르게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 P97

인류 역사상 어떤 인간도 만년설과 마주하지 않은 채 북극을 배로 횡단할 수는 없었다. 그린란드의 빙상이 훨씬 더 작았고 북쪽 지방까지 숲이 확장되었으며 사하라 사막에 호수와 습지가 가득했던, 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기간인 이전의 간빙기 동안에도 북극에는 녹지 않는 얼음이 있었다. 이 얼음이 사라지는 날인 ‘북극의 데이 제로‘는 다른 것들 못지않게 지구온난화의 표지가 될 것이다. P.109~110 - P109

지구온난화 폭이 1.5°C로 제한되면 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가 17억 명, 극한적인 열파에 노출되는 인구는 4억 2,000만 명, ‘유례없는‘ 열파에 노출되는 인구는 6,500만 명 감소한다. 폭풍우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19년의 한 연구가 경고한 바에 따르면 해안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인구가 2°C 상승한 세계에서 열대성 사이클론에 극한적인 무더위가 더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 P140

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은 2°C 상승한 세계의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에어컨에 쓸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이런 국가의 냉방 비용으로 미국, EU, 일본의 총 발전 용량과 맞먹는 추가 전력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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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잔을 빼다’란 말은 우아하고 고상한 것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만적인 허세에 불과해. ‘고급 하숙’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혼고 주변에 자주 눈에 띄지만, 실제로 화족*이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급 거지라고나 부를 만한 사람들이야. - P6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두려운, 비참한, 살아날 구멍 없는 지옥 같다는 걸 태어나 처음으로 깨닫고는 가슴속에서 뜨거움이 복받친다. 속이 꽉 메어와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인생의 쓴맛이란 이런 느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나는 빳빳이 굳어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 P23

요즘엔 이미 황족도, 화족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차피 영락해갈 존재라면 화려하게 사라지고 싶다. 온 마을에 불이나 내고 그 죗값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한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다. 아무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 P39

이 세상에 불량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라는 말이 그 노트에 적혀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불량하고 외삼촌도 불량하고 어머니조차 불량한 것 같다.
불량하다는 건 다정다감한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 P83

나는 확신하고 싶다.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왔다고. - P120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죽음은 자연사야. 인간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P175

희생자. 도덕적 과도기의 희생자. 당신도 나도 분명히 거기 해당하겠지요.
혁명은 대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우리 주위에는 낡은 도덕이 여전히, 구태의연하게 우리의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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