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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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는 재미있는 게, 어떤 표적을 맞히려면 그 표적을 겨누면 안 됩니다. 중력이란 게 있어서 표적을 정확히 겨누어 쏘면 화살은 그 아래에 가서 꽂힙니다. 다시 말해, blank를 맞히려면 중력으로 인한 낙하를 고려해 그 위 어딘가를 겨누어야 합니다. 그래서 aim high높이 겨누다(높은 뜻을 품다)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높이 겨누라‘고 하는 건 높은 곳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맞히기 위한 거죠. - P55

그런데 이런 민간어원의 예외가 butterfly나비입니다. butterfly는 진짜로 butter버터와 관계가 있습니다. (중략) 여기까진 괜찮은데, 좀 유쾌하지 않은 설이 하나 있습니다. 나비도 응가를 하는데요, 그 똥 색깔이 노르스름한 게 꼭 버터 색입니다.
물론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할 일 없는 사람이 나비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똥을 관찰하고 똥 색깔로 이름을 지었냐고요. 그게 말이죠, 네덜란드 사람들 소행인 것 같습니다. - P86

왜 이렇게 나비 이름을 다 길고 멋지게 지었을까요? 미천한 fly(파리)는 날아다니니까 그냥 fly라고 짓고서는 말이죠. beetle(딱정벌레)은 ‘무는 놈‘이란 뜻이고, bee(벌)는 ‘떠는 놈‘이란 뜻입니다. louse(이)는 이름부터 참 lousy(허접한)하고요. butterfly만은 왠지 특별 대우하는 느낌입니다.
서로 연관이 없는 여러 문화권에서 저마다 나비를 인간의 영혼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넋이 이 세상의 고난을 벗고 아름다운 내세에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존재가 바로 나비라는 믿음이 있었던 겁니다. - P90

나비를 뜻하는 그리스어는 psyche였는데, Psyche(프시케)는 ‘영혼의 여신‘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Psyche는 영혼을 연구하는 psychoanalysis(정신분석)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 P90

벌판 혹은 전쟁터를 뜻하는 camp는 독일어에도 침투해 ‘전투, 투쟁‘을 뜻하는 Kampf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히틀러의 자서전 《Mein Kampf 나의 투쟁》는 상당히 camp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겠지요. - P185

그래서 여자가 virtuous해지려면 ‘남자다운 여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권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남자다운 여자라면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가질 테고, 심지어 그 의견을 입 밖에 낼 테지요. 그러면 virago(괄괄한 여자, 왈가닥)가 됩니다.
사실 virago가 더 예전에는 ‘영웅적인 여자‘를 뜻했습니다만, 그것도 성차별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영웅성은 본래 남자다운 특성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으니까요. 사실 언어라는 게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을 만큼 성차별적입니다. - P348

amateur는 본래 ‘사랑하는 자‘로, 그 어원은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amare입니다. 거기서 amiable(정감 있는), amorous(연정의), paramour(내연의 연인) 같은 말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략)
amateur(아마추어)와 professional(프로)의 차이는 다른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사람과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불행히도 모든 연인은 amateurish(미숙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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