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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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여전히 폭력과 전쟁을 우리 종의 필수적인 유산으로 간주하는데, 선사 시대에 그러한 행동이 만연했다는 증거가 매우 빈약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고고학 기록에는 1만 2000년 전의 농업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 DNA에 전쟁이 들어 있다는 진화 시나리오는 추측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311

나는 두 가지 주요 알파 유형을 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러한 경영서에서 추켜세우는 유형에 딱 들어맞는다. 이들은 "둘 다가 될 수 없다면, 사랑받는 존재보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낫다."라는 마키아벨리의 신조에 따라 살아가는 무뢰한이다. - P320

전통적으로 인류학은 인간 사회를 남성들 사이의 협약으로 묘사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학 분야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남성 간의 유대, 남자들이 함께 모여 사는 집, 남성 성년식, 형제애, 맹수 사냥, 전쟁에 관한 현장 보고서가 쏟아졌다. 여성은 단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고, 이웃 부족 간의 결혼 교환에 적합한 대상이었다. 비판적인 한 논문은 "인류학은 늘 남성이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남성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라고 지적했다. (P.350-351) - P350

침팬지 사이에서는 마치 마음속에서 단순히 감정 조절 손잡이를 적대에서 우호 쪽으로 돌린 것처럼 이러한 반전이 놀랍도록 빨리 일어난다. 사람도 이 감정 조절 손잡이를 조작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우리는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함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면서 매일 그렇게 한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억누르거나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분출할 때마다 사후에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적대감에서 정상화로 전환되는 과정을 용서로 경험한다. 이 감정은 가끔 사람의 전유물로, 심지어는 종교적인 것 ("다른 뺨마저 내주어라.")으로 칭송하지만, 모든 사회적 동물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P.364-365) - P364

관계의 가치가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결정한다. 수컷 간의 유대가 중요한 유인원 사회에서 암컷과 수컷이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이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유인원과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만약 화해 경향이 생물학적 진화에 의해 형성된다면, 추가적으로 문화적 진화가 어떤 가능성을 가져다줄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호미니드 중에서 수컷 간 유대와 암컷 간 유대가 균형을 이룬 유일한 종이며, 또한 문화적으로 가장 유연한 종이다. - P370

이것은 정의상 암컷과 관련된 ‘모성 본능‘을 탐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이 용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논의할 것도 많다. 불행하게도 ‘본능‘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어미의 보살핌이 미리 프로그래밍된 로봇의 행동인 것처럼 들린다. 마치 모든 암컷이 갓 태어난 새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고 있고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 P388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따뜻함과 보호와 액체 영양이 필요하다. 출생 후에 새끼의 살과 피에 필요한 것을 공급할 수 있는 후보는 적어도 처음에는 어미밖에 없다. 알을 낳고는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기 전에 버리고 떠나는 수많은 동물과 달리 어미 포유류는 새끼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항상 그 옆에 함께 있다. 수컷도 가까이에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자식을 돌보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진화는 암컷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암컷은 영양을 공급하는 장비와 자식을 마치 여분의 팔다리처럼 자신의 몸에서 뻗어나온 부분으로 간주하는 뇌를 받았다. (P.388-389) - P388

사회적 처리 방식은 가끔 그 배후에 있는 생물학보다 더 엄격하다. 생물학을 무시하는 것은 언제나 현명한 방법이 아니지만, 기존의 사회적 역할의 원인을 생물학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동물과 사람의 행동에 대한 현대 지식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연한 대응책을 시사한다. - P426

나는 생물학자이지만 인간 문화의 힘을 굳게 믿는다. 나는 젠더 관계가 나라마다 얼마나 다른지 직접 경험했다. 일정한 한계 내에서 젠더 관계는 교육과 사회적 압력, 관습, 본보기에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젠더의 몇몇 측면조차도, 한 젠더에게서 다른 젠더와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박탈할 핑계가 되지 않는다. 나는 젠더 사이에 정신적 우월성이나 선천적 지배성이 있다는 개념을 참을 수가 없으며, 그런 개념을 버리길 희망한다. - P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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