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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여러분의 소유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답하기 어려우신가요?
그럼 이렇게 여쭤볼께요.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것 중에 없으면 가장 불편할 것 같은 것은 무엇입니까?
자동차?
핸드폰?
세탁기?
헤어무스나 젤?
오늘 소개할 책이 위의 질문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즐거운 불편] - 후쿠오카 켄세이
사실 제목부터가 대단히 역설적입니다. 불편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요? 불편을 이겨낼만한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한 자에게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처럼 평범한 범부(?)에겐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화두더군요, 그 묘한 불안정함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인문학 서적 쪽에서 꽤나 인기 있는 책이 되었더군요...ㅎㅎ)
지은이 후쿠오카 켄세이(이름보고 괜히 당구장 연상하시는 분들....쯥...ㅎㅎ, 켄세이는 賢正의 일본어 음독입니다. 현명하고 바르다는 뜻이 되겠지요.^^ )는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의 사회부 기자입니다.
부제에 뭐라고 되어 있느냐 하면 「소비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 기록」이라고 되어 있군요. 엄청난 주제를 안고 있는 꽤나 심각한 르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일단 책장을 넘기면 술술 잘 읽혀지는 꽤나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왜냐하면 저자가 그 동기를 명백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이 거대한 물량의 소비 물품은 정말로 우리 생활에 필요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의구심이 저자로 하여금 1년이라는 시간을 즐겁게 불편을 감내하도록 이끌어 낸 강력한 동기가 된 듯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36세의 저자가 초등학교 4학년의 딸과 5살인 둘째딸, 그리고 두 살 연상의 부인과 함께 각종 불편을 감수하면서 1년을 살아온 기록입니다.
그가 1년간 실천한 불편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① 자전거로 통근하기
② 자동 판매기에서 음료수 사 먹지 않기
③ 외식하지 않기
④ 제철 채소나 과일이 아닌 것은 먹지 않기
⑤ 목욕하고 남은 물은 전동펌프가 아닌 대야로 세탁기에 퍼 담기
⑥ 설기지할 때 뜨거운 물 안 쓰기(고무장갑 끼기)
⑦ 전기 청소기 쓰지 않기 (아이들 방 카펫 청소는 예외)
⑧ 티슈 사용하지 않기 (콧물도 손수건으로 해결)
⑨ 다리미 쓰지 않기
⑩ 음식 찌꺼기는 퇴비로 사용하기
⑪ 도시락 갖고 다니기
⑫ 밭을 빌려 채소와 야채를 직접 키우기
⑬ 엘리베이터, 샴푸, 린스, 세제 사용하지 않기
⑭ 커피, 홍차 마시지 않기
⑮ 된장, 짱아찌 등을 집에서 만들어 먹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더 있습니다만, 이 불편 중에 백미는 바로 무논에서 오리 농법을 이용하여 직접 쌀을 재배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이웃과 거래 관계가 아닌 마음으로 교제하는 과거 선조의 생활 방식을 직접 몸으로 체득했노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앞에 쏟아 놓아진 이 많은 물건은 사실 없어도 그만인 것이며, 미디어에서 나오는 소비의 유혹을 이겨낼 의지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이 불편은 즐거운 것이 될 터이며, 그럼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밝은 미래와 환경을 물려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입니다.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그의 모습과 오리에게 사료를 주러 가기 위해 넘어진 둘째 딸의 상처를 보며 속상해 하는 그의 모습과 비오는 날이나 바람이 심한 날에도 1시간의 편도 거리를 자전거로 왕복하며 주위 풍광을 즐기는 법을 체득하게 되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은 제게는 꽤나 감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시도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