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공예의 기초 - 가죽 장인이 전하는 본연의 멋을 살린 작품 만들기
노타니 구니코 지음, 정은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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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가죽 공예를 위한 기초 설명들을 차분히 전해주고 있네요. 책으로 독학해 보려는 사람들은 제작과정보다 바로 그 기초가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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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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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월요일

 

지난주 월요일, 아주 오랜만에 가로수길을 찾았습니다. 옛날엔 친한 포토그래퍼의 스튜디오가 신사동에 있는지라 참 자주 들르곤 했었는데 말이죠. 그때만 해도 이곳은 즐비한 출력소 건물들 사이로 예술 사진 전문 서점과 분위기 좋은 어묵집 정도가 놓여있던 그저 작은 골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확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깔끔한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 깜찍한 소품들로 가득한 문구점, 독특한 옷들을 내건 패션숍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죠. 그렇게 재주 많고, 색깔 강한 젊은 주인들이 속속 가게를 오픈하면서 어느 순간 개성 넘치는 거리로 그야말로 빵! 뜨게 되었던 거죠.

 

하지만 그것도 그저 잠시뿐이더라고요. 거리는 또다시 급격하게 변해갔고 그 후로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지나야할 때면 그저 서둘러 발걸음만 재촉하곤 했습니다. 오래전 그 거리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물렀었고, 얼마 전 그곳엔 재주 많은 젊은 가게 주인들이 불을 밝혔지만, 지금은 그 거리에 누가 살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은 그 옛날, 그 예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지만.

 

 

“(코르도바의) 골목길에는 예측 불가한 형태와 크기의 공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길가의 건축들은 시대적 풍상을 그대로 노출하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중략) 나는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골목길 속을 탐색하여 그 속에 기록된 수없이 많은 역사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이 완성한 건축의 아름다움, 그 일상의 미학을 만끽했다.(p89)”

 

 

7월 31일 수요일

 

기다리던 잡지가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집 앞 동네 서점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따라 걷다가 중심상가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만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다 눈부신 7월의 햇살에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엔 10층짜리 거대한 직육면체 시멘트 덩어리들이 퍼레이드 하듯 나란히 서있더군요. 그리고 영어학원, 수학학원, 발레학원, 한의원, 음식점, 태권도 도장, 헤어숍, 분식점, 안경점에 이통사 대리점까지, 10층 건물들의 벽면은 당연하고 창문까지 죄다 간판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습니다. 모두 ‘나 좀 봐줘!’라고 고래고래 외치면서 말이죠. 그 옛날 학창시절에 배웠던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대충 세어봐도 100개쯤은 훌쩍 넘어 보이는 그 수많은 간판들에게 오늘은 질문이라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너희 주인들 중 간판에 대해 고민다운 고민을 했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는지 하고요.

 

 

"그런데 온천호텔이 있는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설산의 풍경을 망쳐 놓은 간판들의 악다구니와 그 뒤로 등장하는 느닷없고 무례한 형태의 건물들……. (중략) 연민의 여유마저 없었다. 하코네와 발스의 아름다운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르면서 절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화였다.(p59)”

 

 

8월 1일 목요일

 

친구네 가족이 운영하는 양평의 한 펜션에서 휴가를 겸해 하루 머물기로 했습니다. 3시간 넘는 운전에 도착하자마다 그저 쓰러져 눕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애타는 눈빛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근처 계곡으로 향했지요. 여행을 좀처럼 좋아하지 않는 이상한 유전자를 타고 난 터라 솔직히 고백하자면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불타는 7월의 여름날, 맑디맑은 계곡의 차다 못해 얼얼한 물속에 발을 담근 순간 ‘아, 좋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렇게 계곡에서 오후를 피하다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친구네와 저녁을 먹고 나선 담배 한 대 필 겸해 뒷문 쪽으로 나있는 언덕길로 올라가 보았죠. 펜션에서 만들어 놓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온갖 야생화들이 그야말로 지천이더군요. 그 꽃들에 하나하나 눈길을 건네주다 딸에게 보여주려 제일 마음에 드는 파란 꽃 하나를 따보았답니다. 그렇게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어느새 열 손가락 가득 봉숭아물을 들인 딸아이가 뿌듯한 표정으로 힘차게 손을 흔들어 대더군요.

 

그렇죠. 이런 게 행복인데 말이죠. 이처럼 작은 일상인데 말이죠. 안간힘 쓰며 얻어내려 하지 않아도 그저 조금 마음을 바꾸면 한가득 손에 쥘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이란 녀석인데 말이죠.

 

 

"당시 나는 9월호 개막을 앞둔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일을 맡아 그 한 달 전부터 광주에 거주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장 상황과 전시 성과에 대한 중압감으로 내 몸은 이미 지쳐 있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는 게 있었다. 광주 지역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붉은 꽃을 본 적이 없었다. (중략) 비엔날레의 성공 여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백 일의 생명이 다하면 사라질 저 붉은 꽃을 보는 일이 내겐 지금 당장 더 급한 일이 아닌가.(p153)”

 

 

네. 이 책의 저자는 건축가입니다. 책의 부제인 '승효상의 건축여행'에서 보듯 건축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그렇기에 당연히 책 사이사이, '르 꼬르뷔지에'며, '피터 줌터'며, '안드레아 팔라디오'며, '프리드리히 싱켈'이며 '시구르트 레베렌츠' 같은 저명한 건축가들의 이름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여기에 당연히 '소쇄원'이며, '선암사'며, '료안지'며, '롱샹교회당'이며,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같은 건축물들도 즐비하게 나타나고요.

 

하지만 이 책은 어쩌면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동안의 내 마음과 이 책의 글귀 사이에 이어진 이런저런 교감들처럼, 어쩌면 이 책은 사람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은 더 사람 내음이 느껴지길 바라는 한 건축가의 애타는 마음 이야기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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