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나 저나 독서시간이 많아진 거 같아요.
매번 아이들 도서만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읽은 책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표지만 봐도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본격 며느리 빡침 에세이
존중 따윈 바라지도 않습니다. 막말이나 하지 마세요!
등의 문구가 호기심을 유발하더라고요.

프롤로그를 보면
결혼을 앞둔 사람.
기혼여성.
80년대생.
여성.
그리고 고부 갈등으로 곤란한 남편.
이들을 위한 책인 걸 알 수 있어요.

책의 대부분은 지은이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되고 있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그림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압축해 주죠....
밑의 그림은 결혼을 하고 처음 시어머니께서
가족이 된 걸 축하하다면서 케이크를 선물해 주시면서
아들과 며느리의 호칭을 정리해 주셨어요.
"이제 친구 아니고 결혼한 서로 'OO 씨'라고 불러라."
하지만 정작 신랑은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아무 말 하지 않는 시어머니!
이 이유는 시어머니의 아들인 남편을 잘 모시라는 명령!
즉, 아들과 며느리 간의 위계를 정해준 말이었음을 알게 되죠.
한데 너무 웃긴 게 이런 에피소드들이 비단 주인공의 얘기만은 아니잖아요.
남아 선호가 남아있는 어머님의 세대에는 참 당연한 일들이고,
평등사회를 꿈꾸며 치열하게 살아온 80년대 생들에게는 참으로
듣기 싫은 말이죠!
며느리 입장에서 이런저런 상처를 받았지만
상처 준 시부모님들은 정작 용서를 구하지 않아요.
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따지고 들 수도 없죠.
그저 "저는 괜찮아요." "어머니 편한 대로 하세요." 가 되는 거죠.
책에서는 한 영화의 대사를 인용하여 글을 썼어요.
"여자들은 치유되지 않아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컨실러 범벅이죠."
이 문구가 너무도 와닿았어요.
"그냥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내가 희생해서 참고 지내는 거죠....
내 속은 곪아 터져도 보세요... 우리 가족은 행복하잖아요."
이런 말이잖아요.
참 먹먹한 문구죠....
글을 읽으면서 감정이 이입돼서 답답할 때마다
삽화가 나와서 마음을 뻥 뚫리게 해요.
차마 며느리로 하지 못하는 말이지만
만화니까 언제나 가능한 거잖아요.
이 글에서 저를 또 한 번 화나게 하는 문구가 있었어요.
남편의 생일!
시어머니는 남편의 생일을 챙기지 않아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원래 사위 생일은 장모가 챙겨주는 거야! 네 장모한테 말해라.!"
이거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가요?
이게 뭔 소리인가요?
저희 시댁은 아들이나 딸이나 며느리나 사위나 다 똑같이 대하셔서
이런 일은 없었지만
만약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전 정말 화날 거 같아요.
본인이 낳은 자식의 생일도 안 챙기시면서
장모가 무슨 죄인인가요? 대리인인가요?
아직도 이런 사고방식이 있다는 말에 놀랍더라고요.
이래서 '며느리 빡침 에세이'라고 했나 봐요.
이렇게 고부갈등이 심해지면 남편들은 정말 머리 아프죠.
"남편의 가치는 연봉 1억을 받을 때 입증되는 것도 아니고,
결혼기념일마다 다이아몬즈 반지를 사 준다고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남편의 가치는 오로지 아내를 위한 변함없는 다정함과
사랑의 능력을 보여줄 때 입증된다."
사실 부부 싸움의 원인이 대부분
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고부갈등에서 오는 문제가 더 많다고 해요.
남편의 현명한 대처가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커다란 힘이 되는 거죠.
이 말은 정말이지 100% 맞는다고 생각해요.
혹시 아내들이 이 책을 읽은 다음 남편에게도 권해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며느리로서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조금 더 아내의 입장에서 대처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작가는 세상의 며느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어요.
며느리도 처음부터 며느리가 아니었고, 처음부터 아이의 엄마도 아니었잖아요.
이런저런 호칭에서 제외하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본인을 위한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두려움을 갖지 말라는 파이팅 메시지!!

이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욱! 하는 뭔가가 올라오기도 하다가
동질감도 느끼고, 부당함에 바들바들 떨기도 하고,
내가 왜 이렇게 대처했을까 반성도 되고,
이 시대에 며느리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네요.
딸 같은 며느리는 참 힘들죠...
하지만 딸같이 대해주신다면 기꺼이 우리들도 친정엄마처럼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며느리의 위치 변화를 꿈꾸는...
아니!! 원래 타당한 그 자리를 찾고자 하는 에세이!!
'착한 며느리 병'을 내려놓고, 시어머니의 막말에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
나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시어머니도 바뀌지 않을까요?
시어머니도 여자인데 그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말이에요.
가볍게 시작한 한 책이 여태껏 내가 무심코 참아왔던 많은 부당대우가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라
이상한 풍습에서 내려왔음을 알게 해주었어요.
많은 며느리들이 어서 정당한 며느리의 자리를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고부 사이가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의 에필로그처럼 세상의 모든 며느리, 그리고 고부갈등으로 힘든 신랑들까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