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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자와 금성여자를 넘어서 - 차이를 넘어 마음으로
존 그레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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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언제부터 다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지금은 '성다수자'로 불리는 이성애는 인류의 종족번식이라는 근원적인 이유로부터 출발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사랑, 즉 일부일처제이자 이성애중심적 사고는 어쩌면 가장 경제적인 레디메이드는 아닐까.

하지만 남자와 여자,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다른 이 두 주체는 어느 순간 으레 당연시 여겨지던 굴레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서로를 미래의 '배우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과 아내라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던) 역할모델을 탈피하여 나 자신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한다.
남자는 가장의 무게를 짐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자는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부자유'를 원치 않는다.
남자와 여자는 여전히 다르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맞춰가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더 중시한다.
연애와 결혼은 사치라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신혼부부 3쌍 중 한쌍은 이혼을 한다고 한다.
낭만적인 사랑의 구속으로 여겨지던 '결혼'은 변화의 흐름속에 그다지 빛나지 않은 가치로 전락했다.

사랑의 의미도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다분히 이성애중심적인 사랑만을 논했다면, 어느순간 소수자의 사랑도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흔히 육체적인 교집합이라고 일컫는 에로스 사랑에 주인공이 '남녀'만이 아님을 확실히하는 것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고 사회의 의식수준은 높아졌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온 외계인일까.

작가의 대답은 'yes'이다.
분명히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이지만 전작과 달라진 점이 명확해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책의 모든 것을 논외로 하고 사실 중요한건 '요즘' 남자와 여자들은 서로의 다름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고자하는 방향성이 다른 둘에게, 다름을 넘어 이해가 필요할 때라는 말은 종용이 될 수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관계회복서에 가까웠다.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때문에 불화를 겪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동이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라고 치부하기에는 다소 협소하다. 
남자는 남자라서, 여자는 여자라서 그렇다라고 설명하는 것은 지극히 이분법적인 사고이다.
그것은 차이를 강조하고 더 나아가 차별을 정당화할 뿐이다.

작가는 책의 서두에 세상이 요구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책에서도 여전히 호르몬에 기반한 '00다움'보다는 사회적 성에 대한 논의를 더 많이 했으면 어땠을까.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함의하는 바가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내가 이 책을 읽고 여러 생각을 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고 사회를 조금 더 경험하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10년 뒤의 나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번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내가 조금 더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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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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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중독서 리뷰책으로 도진기 작가의 <악마의 증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온다 리쿠의 책을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어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추리소설의 통쾌함보다는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을 주었다.
우선 Q&A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은 인터뷰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대형마트에서 원인 모를 참사가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에는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하고 인터뷰어가 그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사람들도 모두 제각기 다른 진술을 한다.
누가 인간을 이타적인 존재라고 하였나. 여기의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이익 앞에서 한없이 이기적이다.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은 소설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심화되는데, 이 아이러니함의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기적의 소녀'의 등장이다.

'기적의 소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에서, 상처 하나 없이 살아 돌아온 소녀.
'기적'이라는 명칭은 소녀에게 신성성을 욱여넣고, 그녀가 들고 있었던 피 묻은 인형을 성물이라 떠받든다.
누군가에게는 부모를, 가족을 잃고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르는 사고가 누군가에게는 '기적'이자 '축복'이 되는 아이러니.
그렇게 스스로 부여한 신성성은 결국 자본이라는 이름 하에 합리화된다.
소녀의 부모는 그녀의 생존을 이용하여 '종교'라는 이름의 투자를 진행한다. 
결국 돌고 돌아 돈으로 귀결되는 아이러니,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 진행되는 전개.

합리적인 인간은 '진실'보다는 '더' 합리적인 기억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그러한 본질을 정확히 꼬집고 있어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던 책.
특히나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어렴풋이 마주한 진실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이기적인 인간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진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뼈 있는 사회반영소설. 그 중간쯤으로 정의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ps. 다 읽고 나니 책의 '소녀'일러스트도 무서워보이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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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 김영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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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경영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꿈꿔봤을 기업이다.
나 역시도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창의'와 '혁신' 하면 어김없이 구글을 떠올리곤 했다.
명문대생에게 입사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는데 한 개도 맞추지 못했다는 유명한 동영상을 보고 이 기업은 대체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구글을 속속들이 체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혁신'이니 '사내복지'니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낱 포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고, 이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구글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책 한 권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 많은 기업이 있다.
경영, 즉 이윤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별다방의 경쟁사는 타 커피전문점이었다면, 요새 별다방의 경쟁사는 편의점의 테이크아웃 음료, 물, 탄산음료등을 포함한 모든 '음료'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고, 경영방식은 고도화되고 있다.
수 많은 기업들이 망하고 흥한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잔인하면서도 당연한 말이 '자연도태'라는 사실이다.

책에서 구글은 자신들의 경영 방식을 크게 7가지로 제시한다.
문화, 전략, 재능, 결정, 소통, 혁신,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결론이다.
결국은 조직이다.
이전부터 회사는 단체생활이라고 수없이 배웠다.
우리는 그 단체에 잘 녹아들기 위하여 대학교에서 팀프로젝트를 연습하고, 입사를 위해 토론면접을 준비하며, 타인과의 소통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지라도, 성공불패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리더라고 할 지라도 팔로워의 잠재능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실패'라는 말이다.
결국 올바른 회사의 문화와 직원관리가 경영의 흥망을 결정한다.

'Don't be evil'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정신은 정말 놀랍다.
굉장히 간단한 문구인듯 보이지만, 이 짧은 어구는 구글의 시스템 전반적으로 작용된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 설령 그것이 완성의 마지막 단계여도 stop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설령 그것이 리더의 명령이라도 no라고 외칠 수 있는 정당함을 부여한다.
계급이 아닌 '관계', 폐쇄가 아닌 '공개'. 이것이 구글의 오래된 정신 'Don't be evil'에서 비롯된다.

구글은 사람을 잘 경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에게 '우수한 인재'란 학벌이 좋고 외모가 뛰어나고 누가봐도 그럴듯한 활동을 많이 한 사람을 칭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리더십, 그리고 구글다움이 바로 구글이 원하는 인재이다.
놀라운 것은 퇴사를 할때까지도 구글은 그들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구성원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 그리고 그들의 구글다움이 모여 전체가 되는 회사.
이것이 구글이 우수한 인재를 모으고 이들을 잘 경영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경영이란 결국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근로자에게는 일하고 싶은 기업, 사용자에게는또 사용하고 싶은 회사라는 단순한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어쩌면 성공의 핵심일 것이다.
구글의 창의와 혁신은 바로 그 기본원칙에서 시작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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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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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굉장히 지쳐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다' 라고 쓰여진 맨 앞장의 코멘트 때문에,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찝찝한 느낌때문에 마음 편히 읽을 수가 없었다.

오만하게도 처음에는 명백한 성폭력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왜 나는 '피해자'를 두고 답답하다고 생각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는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소수자'라는 단어가 단순히 양적 열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부장제 사회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진 은근한 성차별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성을 향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절대적인 분위기는 '폭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여자다움'이든, '성적 순결'이든.
당연스럽게 여성에게 '순결'을 요구하는 사회, 순결을 잃었으니 '피해자'가 가해자만큼, 아니 어쩌면 더 지탄과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회. 그것은 분명히 또 하나의 폭력이고, 또 다른 가해이다.
그리고 난, 여태까지 나 자신이 젠더 감수성을 충분하게 지녔다고 생각해왔다.
비록 내가 또 다른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평등주의'를 외치기에는 나 자신도 여러 형태의 '차별'에 둔감한 점이 부끄러워서 나서서 행동하지는 못했지만 #나역시도 #함께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곤 했다.
그리고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오만하게도.

단 1초라도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작가의 어렵게 꺼내놓은 진심을 나같은 제3자가 쉽게 이리저리 재단해버릴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괴로웠다.
팡쓰치는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지만 쓸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소녀를 강간하며 희희낙락하는 사람이 없는 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쓰면서 두려웠다. 누군가 나의 책으로 이 사회에 살고 있는 팡쓰치를 소비해버릴까 봐, 그녀들이 더 상처입을까봐." - 저자

권력에 의한 성폭력, 여성차별 그리고 맨스플레인.
'혐오'가 범벅된 사회에서, 적어도 팡쓰치의 사회에서, 이 책은 하나의 불꽃이며 용기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이 약자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어쨌거나' 너의 잘못이다. 라고 비난하는 분위기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가.
'피해자'임에도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털어놓아야 하는,
발가벗겨진듯한 기분을 매 순간 느껴야 하는 그 고통을, #함께한다는 말은 여태까지 얼마나 오만한 나의 착각이었을까. 


책은 짧지만, 생각은 깊었다.
한줄한줄 읽어가면서 지난 나를 반성했고 또 우리 사회의 '팡쓰치'를 떠올렸다.
이 책의 작가 린이한은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른 이후 두 달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사는 '부인'했다. 그러므로 무죄.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죄가 없다.'
우리는 나쁜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배웠다.
인간 위에 인간이 있을 수 없다고 배웠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공존의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라고 배웠다.
그것이 기본이다.
분명한 건,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는 단죄해야 한다.
설령 사법적인 심판을 통해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주 어린 시절에 배운 '기본'이 통용되는 사회를 꿈꾼다.
윤리와 상식이 배반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그, 상쾌한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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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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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시절 나는 세상 일이 이해가 안 돼서 고민이 많았다. 왜 세상일들이 지금 같은 건지, 이생의 목표나 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부모님과 선생님 다른 어른들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 역시 잘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 나는 혼자 다짐했다. 크면 일상적인 세상사에 함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이 책은 어떤 면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  - 유발 하라리

슬프게도 우리 대부분은 매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라는 수식어는 어느 순간 따분한 일상을 수식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어찌보면 필연적인 인생이다. 그 대단한 아인슈타인도 평생 뇌의 1%밖에 쓰지 못했다는데, 실상 눈 앞에 닥친 미션을 해결하며 살기에도 급급한 때가 아닌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삶의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맹렬한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이 있다. 몇년 전 유명한 바둑기사와의 대결로 세기의 관심을 모았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점점 우리 삶에 너무도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얼마전에는 기업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면접관'을 도입했다는 기사가 뜨기도 했다. 사람은 속일 수 있되, 데이터는 속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어찌되었거나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단순한 실용학문'은 충분한 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 불패전략으로 불리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미시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이제는 너무도 순진한 생존법으로 전락해버렸다. 많은 경영인들이 점점 문학, 사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에 대한 이해,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는 세계에 대한 흐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이전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생존법을 제시한다.

유발하라리의 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그야말로 그의 미래관의 총집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일, 자유, 평등, 문명, 종교 등으로 풀어지는 그의 세계관은, '제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진지하고 깊이감이 있다.
매일을 살아가기에 바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세계관을 가져야 하는 나같은 일반인에게 감히 최고의 지침서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500장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저자의 생각을 답습할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책 한 권에 그의 지식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얕게나마 학습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눈 앞의 현실을 잊고 세계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저자가 의도한 '일상사에 매몰되지 않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작업이 아닐까.

인간 하나하나의 인생은 선이다. 매일의 희노애락이 존재하고 드라마같은 반전의 순간과 나락에 빠질 것 같은 날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류 전체의 역사에 있어 이 모든 것들은 점에 불과하다. 한 인간의 생애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둘러싼 흐름과 변화에 무감각할 수 없다. 21세기에 처한 인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혜안을 갖는 것. 그것이 변화무쌍한 우리 사회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Key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유발하라리와 같은 학자들이 끊임없이 저서를 남긴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그의 책은 적어도 일상에 매몰되는 삶을 지양할 수 있게 한다. 사담이지만 '간접경험'이라는 독서의 참의미가 그의 책을 읽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단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연구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참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물고기를 잡아다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책,
혼자 읽기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읽고 토론을 해보고 싶은 책.

소견이 좁고 지식이 얕은 내가 서평을 쓰기에는 벅찬 책이었지만, 출간 일주일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배울 것은 많고 똑똑한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늘,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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