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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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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이정철은 대동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대동법 전문가이다. 이미 2010년에 대동법을 주제로 한 책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율곡 이이,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이라는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대동법을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었고, 딱딱한 제도사적인 측면에서 대동법에 접근하고 있지도 않다. 초심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설명으로 인물과 대동법 양자를 조화롭게 연결하고 있다.

이 책은 율곡이 태어난 중종대, 이후 명종대의 을사사화를 전후 한 시기를 거쳐 대동법이 비로소 시행될 수 있었던 효종 초까지의 조선시대를 조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동법이 어떤 시대적 과제 속에서 탄생했는지 역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 국사시간에, 대동법이란 ‘토지의 결수에 따라 공물을 부담하는 제도’라고 딱딱하게 외우면서도 정작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알이지 못했다. 하지만 대동법, 그 안에는 백성을 살리는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 고민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마련한 사람이 율곡이다. 율곡은 정치란 단지 적절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실행될 수 없으며, 민생의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누가’보다 ‘어떻게’ 실현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도 현실 정치에 많은 불만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통해 개혁을 이루고자 소망한다. 하지만, 인적 쇄신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율곡을 통해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광해군대 경기지역에 국한된 대동법, 다시 말해 대동법의 예비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경기선혜법’이 실시되는 데, 이것은 오리 이원익의 민생에 대한 그의 열망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그는 원칙에 충실한 관리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해냈다. 이후 포저 조익은 그의 풍부한 학문적‧경험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강원‧충청‧전라도에 대동법을 실시하기 위한 방대한 운영 규정을 만들었다. 이로써 대동법의 뼈대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효종대 김육은 인물의 적절한 배치와 과단성, 추진력으로 대동법을 실현했다.

이들의 역할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들의 지향점은 한결 같았다. 民生, 安民, 仁民 등 표현은 달랐지만, 그들이 주장했던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백성을 살리는 것이며, 이는 공정한 분배를 통해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성장과 분배 중에서 우리가 실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논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동법의 성립과정은 40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의 문제와 끊임없이 오버랩 된다. 지금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문제가 어떤 모순에 기인한 것인지 파악해야 하며,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 해결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저항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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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 8년사 역비한국학연구총서 34
후지이 다케시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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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후지이 다케시는 여러 모로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보다 더 훌륭한 한국어 문장을 바탕으로
또 한국인보다 더 많은 한국사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현대사에 대한 주목할만한 많은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연구성과들의 핵심을 집약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인들처럼 한국 내에서 벌어진 일들에만 집착하지 않고
연구의 시야를 동아시아 전반으로 확대하였다.
특히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의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솔직히 현재 한국의 어느 연구자도 갖지 못한 저자만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사 연구자들은 협소한 대상과 주제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데만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민족청년단(족청)'이라는 특정 대상을 다루면서도
시간적으로는 식민지 후반기부터 한국전쟁 종전까지를 관통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사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실증'의 측면에서도 매우 엄밀한 모습을 보인다.
한마디로 말처럼 쉽지 않은 '깊고 넓게' 본 역사서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족청'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 시기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좌우대립', '미소냉전', '분단', '이승만과 김일성' 등의 키워드로 규정되었던 이 시기가
시공간의 맥락 속에서 연속된 복잡하고 다양한 이념들이 혼재한 시기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즉 이 책의 제목에서 처럼 정부 수립 초기 대한민국은
단순히 미국과 이승만에 의해 만들어진 우익 국가라고 할 수 없으며
'족청'처럼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파시즘'과 '제3세계 민족주의'가 중첩된 

복잡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끝날 즈음 단행된 족청계 숙청은
이러한 복잡한 모습이 사라지고
대한민국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한 친미반공우익국가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의 역사적 상식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준다.
얄팍하고 심지어 왜곡된 역사적 상식에 기반하여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이 판치는 이 시대에,
역사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복잡성,
그리고 무수히 많은 균열지점들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게 바로 역사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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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며 -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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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 즉 우리가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기쁜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일본인들에게는 대동아공영의 헛된 꿈이 무참하게 깨진 치욕의 날이다.

이처럼 같은 날이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정반대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나’ 혹은 ‘우리’의 입장에서만 이 날을 이해해 왔다.

반면 우리와 같이 한반도에 살면서 정반대의 의미로 이 날을 맞이한

재조 일본인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에게 그들은 우리와는 상관 없는 단지 나쁜 ‘식민 지배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 <조선을 떠나며>는 특별히 이들 재조 일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가 해방을 맞이한 이 기쁜 사건에 직면하여

어떤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또 어떤 인식을 하였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언급된 패전 당시 일본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일본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정한 환상(?),

즉 일본인들은 인내심이 강하고 단결력이 강하고 희생정신이 강하다는 선입견과 거리가 멀다.

패전과 점령, 그리고 강제 귀환이라는 긴박한 순간에

일본인들은 오직 이기심과 생존본능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마도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묘사된 당시 재조 일본인들의 모습은 일정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덕목은, 이 책이 기반한 자료(특히 모리타 자료)의 한계를 꿰뚫어보며

피상적인 감상에만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패전을 맞이한 재조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인식은 철저하게 그동안 일본에 식민지배로 인해 고통당한 조선인들을 배제하고 있음을 잘 지적하고 있다.

재조 일본인들이 식민지 조선 내에서 지배자로 살아갔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들에 큰 고통을 안긴 1945년 8월 15일의 패전이

그들 스스로 자초한 침략전쟁의 결과라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일본인들 대다수는 패전 당시 재조 일본인처럼 ‘피해자’라는 인식만 갖고 있을 뿐,

‘가해자’라는 인식은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책이 아니라

오늘의 일본을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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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 러일전쟁에서 한일병합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7
서영희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비평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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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아주 간단한 대답은
“우리가 힘이 약해서” 아니면 “일본이 너무 강해서” 정도일 것이다.
또한 보통은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세기에 진입하자마자 10년만에
한국(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과정을 당시 한국의 여러 정치세력들의 균열과 대립, 그리고 동상이몽과
이 틈을 파고든 일본의 전략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1904년 러일전쟁, 1905년 을사늑약을 거치면서
이미 한국이 식민지 상태로 전락했고 1910년의 한일병합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러일전쟁과 을사늑약 이후에도 일본의 힘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여전히 한국에는 여러 정치세력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고종과 근왕세력들, 전제황제권과 길항관계였던 고위관료들,
일본에서 돌아온 과거 개화정잭들, 권력지향적인 계몽단체들,
그리고 양반지배체제에 억눌렸던 소민들의 욕망을 대변한 일진회 등
한국의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갔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 정체세력의 이러한 분열을 파고들면서 정치공작을 계속했고
그 결과 한국을 식민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찹찹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분열했고, 착각 속에 빠져 우왕좌왕하다가 망한 것이다.
더 찹찹했던 것은 이러한 당시 한국의 정치세력들의 모습이
100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10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여기에 더하여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각자료가 많고
중간중간에 ‘스페셜테마’와 같은 소주제별 설명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물론 당시 정치세력에 대한 분류가 조금은 도식적으로 느껴지고
일본의 음모와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의 기획처럼 ‘20세기 한국사’의 출발점에 대한 입문서로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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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역사 세트 - 전2권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이종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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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든 인터넷공간에서든
크고 확신에 찬 주장일수록 근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종북', '친북'이라는 단어를 빼면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극우 보수세력이나
북한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용납치 않는 소위 주사파나
그들이 과연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의문이 든다.
 

사실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북한을 잘 모른다.
이는 북한의 폐쇄성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북한에 대해 잘 알려고 하기 보다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힌 우리의 탓도 크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역사> 1권과 2권은
오늘날의 북한이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정확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1945년 해방부터 1960년까지의 북한 역사를 다룬 1권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사회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까지를 다룬 2권은
현재 북한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과 '유일체제'가 어떻게 형성, 강화되었지를 잘 보여준다. 


역사학자가 집필한 1권과 정치학자가 집필한 2권은 문체나 서술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북한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권 모두 북한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특징으로 '경직성'과 '조급성'을 지적한다.
즉 한국전쟁 이후 수령 중심의 사회주의 체제가 급속하게 강화되는 과정에서
사회의 '다원성', '역동성', '창조성' 등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북한이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얼마전까지 노무현 정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과 통일부장관을 역임하면서
보수세력들로부터 '친북좌파'로 공격받았던 이종석은
흥미롭게도 2권에서 오늘날 북한의 어려가지 문제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정도로 북한을 비판해도 '친북'으로 낙인찍는 우리 사회 역시 북한처럼 너무 경직되어 있지 않나 싶다.
반면 1권 필자 김성보는 북한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직성과 조급성을 버리고
'통일전선'과 '혼합경제'와 같은 해방 직후의 '인민민주주의' 경험을 살려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최근 교과서 집필기준을 둘러싸고 불거진 '자유민주주의' 논쟁에서도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 책을 통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의 실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자유민주주의' 논쟁을 심화시키는데도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에 아쉬움도 있다.
서술이 1990년대에서 멈추는 관계로 2000년대 이후 지난 10년간 급변하는 정세는 별도로 이해야만 한다.
또한 이 책만으로는 오늘날 남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구체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언급도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한계는 필연적인 것들이다.
반면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좋든 싫든 북한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남쪽 사람들에게
이 책은 보다 '현명하게'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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