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 러일전쟁에서 한일병합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7
서영희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비평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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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아주 간단한 대답은
“우리가 힘이 약해서” 아니면 “일본이 너무 강해서” 정도일 것이다.
또한 보통은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세기에 진입하자마자 10년만에
한국(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과정을 당시 한국의 여러 정치세력들의 균열과 대립, 그리고 동상이몽과
이 틈을 파고든 일본의 전략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해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1904년 러일전쟁, 1905년 을사늑약을 거치면서
이미 한국이 식민지 상태로 전락했고 1910년의 한일병합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러일전쟁과 을사늑약 이후에도 일본의 힘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여전히 한국에는 여러 정치세력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고종과 근왕세력들, 전제황제권과 길항관계였던 고위관료들,
일본에서 돌아온 과거 개화정잭들, 권력지향적인 계몽단체들,
그리고 양반지배체제에 억눌렸던 소민들의 욕망을 대변한 일진회 등
한국의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갔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 정체세력의 이러한 분열을 파고들면서 정치공작을 계속했고
그 결과 한국을 식민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찹찹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분열했고, 착각 속에 빠져 우왕좌왕하다가 망한 것이다.
더 찹찹했던 것은 이러한 당시 한국의 정치세력들의 모습이
100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10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여기에 더하여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시각자료가 많고
중간중간에 ‘스페셜테마’와 같은 소주제별 설명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물론 당시 정치세력에 대한 분류가 조금은 도식적으로 느껴지고
일본의 음모와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의 기획처럼 ‘20세기 한국사’의 출발점에 대한 입문서로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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