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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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길 : 행복의 지도를 따라서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는 행복의 문화적 측면을 파고든 책이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 자국 포함해 열 개 국가를 돌아다닌 작가. 이 책은 그가 행복을 찾아다닌 나라들에서 만난 사람들의 빛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저자가 다녀간 나라들 중 나는 카타르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카타르는 원유라는 자원을 통해 부를 이룩했지만, 그 부를 자국민들끼리만 나눠 갖는다. 게다가 세금도 걷지 않는데, 상상했을 때는 굉장히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배울 기회를 빼앗는다. 그들에게도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부족이라는 집단이 있지만, 그들에게 부족은 곧 계층이자 감시의 네트워크일 뿐 끈끈한 연대로서의 기능은 매우 떨어진다. 자국만의 문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카타르에는 오로지 돈을 쓸 자유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복권이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듯이, 우리는 필요 이상의 돈에는 금세 무감각해진다. 계급이 높은 부족사회에 속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 어떻게 해도 카타르의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외국인으로 이뤄진 사회. 그들의 사회를 계층이동이 힘든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세운 목표대로 나아갈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아이슬란드에는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다양한 실패를 맛보며 살아갈 수 있는 자유다.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촘촘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남자라면, 여자라면, 20대라면, 30대라면. 거의 엑셀 파일에 가깝게 정리된 성별별, 연령별 인생 가이드라인의 한 칸을 차지하지 못하면 주변의 걱정과 연민, 충고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고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칸에서 밀려남과 동시에 사회안전망에서 밀려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사회를 굳건하게 지탱하는 가족주의는 가족을 이루지 못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손쉽게 배제한다. 새로운 길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한 번 대열에서 이탈하면 다시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 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실패를 극복한 극소수의 사람들, 부모에게서 많은 재산이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환경을 물려받은 사람들을 질투하고 비방하고 공격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실패란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 번 무릎을 꿇게 되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쉽게 도전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들은 시기심이 덜한 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많이 넘어졌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이력을 갖고, 더욱 풍요로운 결과를 쌓는다.


사회가 변한다고 해서 그 사회의 모든 개인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개인들이 사는 사회에서도 막을 수 없는 시련이 닥쳐 많은 이들의 행복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태국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인도 사람들은 삶의 모순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영원한 낙원도, 영원한 지옥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의 보편적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생겨났고, 관련 도서도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젊은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사회가 부과해 왔던 의무를 적극적으로 포기하거나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회가 변해야 할 차례다. 사회 시스템은 구성원들이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장려해야하고, 구성원들도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조금 더 포용적으로 변화해야한다. 소수 집단과 개인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차분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힘들고 지난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고, 분명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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