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독자가 있을까? 그러한 관심이 정작 프로이트나 라캉을 읽는 일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더라도, 하여간에 자신의 '생짜' 겸험을 토대로 우리는 적당한 민간심리학 정도는 들먹일 수 있다. 걔는 그런 콤플렉스야라든가, 쟤는 그런 심보(심사)였던 거지, 하는 식으로. 하지만 별로 믿을 거 없어 보이는 이런 심리학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니 우리는 타고난 심리학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심리적 상태라는 것은 우리가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에 걸쳐 우리의 DNA 속에 각인돼 있는 것이다.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어 논리적으로 객관화시키는 것이 바로 진화심리학의 작업이 아닌가 싶다. 그 진화심리학에 대해 저자는 '미래에는 그것을 더이상 진화심리학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심리학이라고 부르게 되겠지요'(172쪽)이라고 결론적으로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독자들은 이 책을 '하룻밤'만에 읽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원리는 단순하다. '유전적 이득'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여 잘 계산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왜 잘 생기고 예쁜 남자/여자를 좋아하며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서 어떤 점들을 고려하는가 하는 것이 일목요연하게 계산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구체화된 게 불과 10년 정도의 기간이라는 게 놀랍다. 아마도 진화심리학은 다윈의학, 사회생물학과 함께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지적 자극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말 부분에서 저자는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간단하지만 요령있게 해명하고 있다. 문제의 원흉은 다윈이 아니라 허버트 스펜서를 대표로 하는 사회적 다윈주의자들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나치에 의해 곡해되었다는 점에서 다윈은 니체를 빼닮았다. 이젠 그들에게 들씌어진 오해의 거죽들을 들춰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진화심리학을 비판한 사람들이 진화심리학을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틀린 것이지만,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의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170쪽) 이젠 그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해해야 할 차례가 아닐까? 한편으로 이러한 류의 교양 시리즈들은 구미의 출판역량을 한없이 부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