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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ㅣ 빛나는 미술가 1
최한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좀 뜬금 없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이중섭 화가의 그림이 교과서에 실렸었는데(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그림에는 이중섭 특유의 발가벗은 아이들 그림이 있었다. 그런데 만화가 지망인 그림을 잘 그리던 한 친구가 그 그림에 꽂혔는지 온갖 종이며, 교과서 심지어 교실 벽 한 귀퉁이에다가 이 발가벗은 아이의 그림을 그리고 다녔다. 그런 그림에 익숙지 않은 친구들은 야유를 보냈고, 나 역시 그 그림이 너무 민망하여 지우라고 나무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이 책을 보고 느낀 이중섭 그림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그림을 바라볼 때 보는 이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처럼 앞으로는 그 그림을 보고 예전처럼 민망한 웃음을 지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림 속에 담긴 이중섭의 생애가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화가 이중섭의 생애를 쉽게 풀어내면서도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 또한 놓치지 않고 잘 소개하고 있다. 보통 생애만 이야기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고 작품 세계만 이야기하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말이다.
처음 몇 쪽을 읽을 때는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문체가 너무 쉽고 때론 교과서적이게 착한 느낌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어른들이야말로 이 책을 읽고 어려운 시대에 사는 가장의 피로함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이 책이 노소 모두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중섭은 자신의 예술세계에서만큼은 고집쟁이면서도 가족을 아플 만큼 사랑하고 나라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은 인물이었다. 따라서 화가로서의 이중섭 뿐만 아니라 인간 이중섭의 인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끝으로 시대의 아픔 속에 희생하신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