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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길리언 플린 지음, 김희숙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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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개봉했던 영화 '나를 찾아줘'를 보고 난 다음이었다.

단순히 스릴러 영화라는 이야기만 듣고 보러 간 것이었는데,

영화의 줄거리가 기대 이상이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예상치 못한 전개와

여성 주인공에 대한 사이코패스적인 묘사가

정말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읽어왔던 대부분의 소설들에선,

여성이 이렇게 '나쁜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역시나.

길리언 플린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여성도 '나쁜'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라고.

사실 여성에 대한 묘사가 너무 거칠고 극적이어서, 처음에 나는 이 사람이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남성 작가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라 페미니즘에 관한 완전 역발상이었다는 거. 같은 여성이었기에 가능했던 묘사가 아니었을까.


내가 동경해오던 기자+작가의 커리어를 가진 그녀의 말도 인상깊었다.


"I could not have written a novel if I hadn't been a journalist first because it taught me that there's no muse that's going to come down and bestow upon you the mood to write. You just have to do it. I'm definitely not precious."


전적으로 동감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글을 쓸 수 있는 걸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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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연히 푸른숲출판사의 페이스북페이지를 통해

출간되지 않은 길리언 플린의 새 소설, '나는 언제나 옳다'의 가제본을 읽고

서평을 남길 기회를 얻게 됐다.


그녀의 새 소설이라, 특히 기대 만발이었다.


가제본된 상태로 책을 받아보았고, 

어제 지하철에서부터 시작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그렇게 단숨에 읽어버렸다!

소설을 단숨에 읽는다는 건, 그 만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

주인공 여자의 나레이션에 그냥 푹 빠져버린 채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 얼마만이던가...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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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뒷 부분이 반전이었다.

반전은 스포일러하면 안되겠지.


길리언 플린의 이야기답게, 이번에도 여성이 주인공.


소위 '손일'을 하는 그녀의 직업과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지는 첫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 일 때문에 손목에 터널증후군이 왔다는 내용에서는 허걱, 하면서 동시에 피식 하기도 했고,

가게에 찾아오는 고객들이 '대부분 상위 중산층이거나 하위 상류층이었'다는 설정이 진짜 그럴듯해서 오, 감탄하기도 했다. 희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던 게으른 엄마 밑에서 구걸을 하며 힘겹게 살아온 그녀의 배경을 알고 나니, 비록 '손일'이지만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쳐왔을 그녀의 삶을 내멋대로 판단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죽했으면 터널증후군이 왔을까...


여튼, 그것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직업을 바꾼다.

손일을 해오던, 가게의 뒤켠이 아닌 데스크에 나서서 할 수 있는, '점성술사'로. 물론 특별한 능력은 없다. 사기꾼이 되는 셈이다. 뭔가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그런 상황 속에서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손님인 수전을 만난다. 여기에서부터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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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이 소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저녁에 퇴근하면서 읽으면 빠르면 하루, 길면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다. 아무리 짧아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상세한 묘사와 대상에 대한 공감을 통해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해 버리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 법.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그렇게 소설이 짧은데, 짧은 반면에 정말 강렬하다. 

스릴러, 반전, 길리언 플린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표지로, 어떻게 출간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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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부터는 책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쉽진 않다. 


영어 원제는 'The Grownup', 그러니까 '어른'인데,

한국 제목은 '나는 언제나 옳다'로 되었다. 일리 있는 제목이다.


어려운 배경 속에서 성장해 '어른'이 된 주인공..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자라온 수전의 의붓'아이' 마일즈.

둘은 닮아있다. 부모에 의해서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그래서 마일즈는 주인공을 택했고 주인공도 마일즈를 택한 걸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를 말할 때, 주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단지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만 할 뿐인

'냉혈한'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들은 정말 사이코패스같다...특히 마일즈는.


이상한 건, 그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는 것.

이전에 '나를 찾아줘'의 주인공에게 느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라 할 수 있을까.


아이가 자기를 죽일까봐 불안에 떨면서도,

지금 상황을 합리화 하려고 기를 쓰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섬뜩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건, 

혼자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주인공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자 주인공이 붙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걸까?

누가 진짜 어른이고 누가 진짜 아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정말 애매한 상황에서 소설은 끝이 난다.


문득 학부생 시절, '범죄사회학'시간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이코패스라는 건,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일지 모른다. 어떤 범죄에도 사이코패스라는 말만 가져다 붙이면 설명이 쉬우니까, 복잡한 설명을 피하기 위해 합리화를 위해 그렇게 쉽게 쓰는 게 아닐까, 라고 하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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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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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짜 자유와 정의인지 고민하게끔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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