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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GL] 아찔하게 스며드는
초록나무샘 / 비엔비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나타리물에 대해선 큰 거부감이 없다.
판타지를 좋아하고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늘 즐거움을 가지고 상상하길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만약에 정말로 양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가(실제 유전질환을 가진 간성이신 분들 제외하고- 물론 그분들에 대한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음을 밝힙니다.) 있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기에 후타물을 보는 것은 즐기는 편이다.
다만, 이전에도 오메가버스물은 좀 불편했다.
오메가버스물은 몇 번 접한 적이 있는데, 알파와 오메가의 (마치 현실의 남녀차별을 페로몬 혹은 호르몬성질까지 엮어서 더 심화시켜놓은 듯한) 설정이 좀 불편했었다.
하지만, 아예 오메가의 의사를 무시한 강간이 나온 작품을 본적은 없었고
히트사이클이라는 오메가버스 세계관 속 일종의 발정기를 통해서 서로가 몸이 달아 정신의 교감보다 몸의 교감을 먼저하는 이야기들을 봤었고 그 교감이 결국은 사랑으로 이어졌기에 좀 찝찝하지만 동성끼리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설정은 매력적이네 정도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이지 내 한계치를 넘어서는 작품이었다.
작품소개에 오메가버스라는 단서가 없어서 그냥GL물인줄 알았던 것도 충격이었지만...
강간에 가까운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성관계묘사를 그것도 여러번(심지어 강간도 두 번 정도 나온듯) 보았을때는 이 책을 산걸 후회했다.
샀기에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완독은 했으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출산 그리고 결혼관계로 이어지는 그 루트는 현실이든 로맨스 드라마든 뭐든 내가 최악으로 치는 이야기 흐름이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작가도 강간을 로맨스적으로 다루진 않았고 그 심각성을 알고는 있는 듯했지만... 나는 그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강간이라는 소재 자체가 들어가선 안됐다.
러트사이클이든 뭐든 난 그런걸 보고싶지 않다.
게다가 그런 사이클이 있으면 둘 다, 즉 오메가의 경우 히트 사이클 안에 들어가서 둘 모두가 몸이 달아서 하던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강간만큼은 정말이지...참아줄 수 없었다.
거기에 진심으로 후회하는 가해자와 그걸 용서하는 피해자로 결말나는 건 정말이지 보고싶지 않았다.
아예 헤어지고 혜은이랑 살던가...
아무튼 가장 충격과 공포는 그 강간씬들(무려 세씬이나 있다. 하나는 중간에 마음이 동해서 둘이 하긴한다만 시작은 강간이었다...)이었고 두 주인공 캐릭터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에 배신당했다지만 너무 막사는 은서도 정이 안갔고
게다가 GL물에서 "미안하지만 난 여자취향은 아니어서. 두어 번 만나봤는데 별로더라.-" 이 대사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하연이. 폭력성은 정말 위에 서술했듯 말할 가치가 없을만큼 최악이었고- 무엇보다 오메가버스든 후나타리든 그 매력은 바로 양성의 특징을 다 지닌다는 것에 있는데 이 소설에선 솔직히 말하면 하연이라는 여성스러운 이름과 호칭을 제외하면 남자랑 다를게 하등 없어보였다. 그 어떤 여성성에 대한 묘사도 들어있지 않다. 이럴꺼면 차라리 HL을 쓰셔서 내가 안보게라도 해주시지란 원망이 나오는 수준이었다면 너무한걸까...
정말 마지막으로
내가 GL을 좋아하고 거의 GL물만을 파는 이유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많은 장애물을 넘어 애틋한 것도 있지만 주로 평등한 관계성을 보여주기때문이다. 물론 부의 격차라던가 여러갈등요소를 포함하지만 최소한 압도적인 힘의 우열만큼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건 오히려 현실의 남녀보다도 더 우열을 가려놓고 오직 강자의 사랑으로 포장된 호의로만 약자가 숨쉴 수 있게한 세계관이어서 정말이지 힘들었다.
오메가버스 단지 아이를 가질수 있도록 만든 판타지적 세계관이자 사이클이라는 이름의 발정기를 가짐으로써 야한걸 마음껏 묘사할 수 있도록한 장치일 뿐일까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도 되는걸까? 이 작품을 보고 생각이 참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