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마스터 클래스
루 브라이슨 지음, 김노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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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위스키 시음은 더블린에 있는 올드 제임슨 디스틸러리에서였다. 그날 둘러본 공장의 풍경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만 그때 마신 위스키 한 모금은 오랫동안 뇌리에 잊히지 않았다. 이전까지 술은 소주, 맥주, 막걸리 밖에 몰랐던 내게 그 한 모금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코가 향으로 진동하는 듯한 굉장한 아로마에 압도되었고, 목을 짜르르 넘어가는 감촉 또한 너무나 생경했다. 그래서 좋았냐고? 이게 어른의 맛이구나...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리고 이후에도 난 위스키를 썩 즐기지 않았다. 어쩌다 이자카야에서 하이볼 한 잔 마시는 정도가 내 미천한 위스키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이 세계가 궁금했다. 와인처럼 뭔가 다양한 결정 요소가 맛을 좌우할 것 같은, 신비로운 마법이 존재할 것만 같은 세계.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내게 조금 먼 위스키를 좋아하게 될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책의 저자는 맥주와 증류수에 대한 글을 쓰는 전업작가 루 브라이슨. 한 눈에 보기에도 꽤나 많은 술을 마시며 살아왔을 것 같은, 배럴통 같은 몸매에서 왠지 신뢰가 느껴진다. 이름이 브라이슨이라 그런가, 촌철살인의 대가 빌 브라이슨처럼 빠삭한 지식과 입담으로 책을 이끌어간다.



저자는 마치 대학 교양 강의처럼 첫 장부터 '위스키의 풍미를 만들고 다지고 합치는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며 강의계획서를 야심차게 들이민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강의는 위스키의 정의부터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면서 또 풍미를 더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요소들, 부가적인 정보들을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다. 




5대 위스키 산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일본의 위스키가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다음 장에서, 각 나라별 위스키에 관한 전통과 규정이 그 나라 위스키의 차별화된 요소를 결정짓고 브랜딩을 유지해주는 힘처럼 보였다. 



위스키를 만드는 대표곡물 4종- 보리, 옥수수, 호밀, 밀. 소주나 맥주처럼 1개의 곡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각 위스키마다 맛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풍부할지 가늠해볼 수 있게하는 장이었다.  와인의 오크처럼 위스키의 맛을 숙성시키는 배럴. 배럴을 만드는 참나무에도 이토록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위스키 하면 떠오르는 진한 갈색의 액체는 곡물 특유의 색일줄 알았는데 그 뿐만 아니라 배럴통에서도 나온다는 점도 새로운 정보다. 맛을 결정짓는 시간의 마법도 위스키를 변화시킨다. 위스키는 한 통에서 나온걸 그대로 병에 주입하는게 아니라 더 균일한 품질을 만들기 위해 블렌딩을 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이 술이 까다롭게 만들어지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사실 위스키는 다 비슷한 맛일거라 생각했는데 어떤 차이를 보일지 직접 시음해보고 싶어졌다.


저자가 방문한 스코틀랜드 달모어 증류소에서 먼지와 습기도 위스키 특유의 향을 만들었다는 내용과 위스키를 담는 병의 모양과 무게, 마개나 병이 든 상자까지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 술은 모든 기운을 빨아들여 자신의 가치를 채우는 구나. 


이 책의 매력이자 단점은 구성과 편집이 아닌가 싶다. 각 장에는 그 장을 대표할만한 위스키 브랜드가 마무리 멘트처럼 소개되어 있는데 찾아 마시며 그 장을 곱씹어볼만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위스키에 대한 속설이나 다양한 논쟁거리들도 싣고 있는데 내용은 너무나 흥미로웠지만 그 장의 내용 중간에 불쑥 삽입되어 있어 흐름을 끊기게 만드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위스키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접하다보니 고개를 도라질치게 했던 어른의 맛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이제 나도 성숙한 어른의 향이 제법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을려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잔에 우아하게 즐겨봐야겠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에서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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