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웃는 엄마
이윤정 지음 / 델피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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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를 성장시키려 찾아온 수호천사라는 말이 있나 보다.

내가 이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과연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이가 아니었다면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을 내 안의 무수한 감정들,

그 감정들을 바로 마주하며 이토록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나의 부족한 모습들을 하나둘 발견하며 나는 날마다 조금씩 성장해간다."

이윤정 <그럼에도 웃는 엄마> p102 / 델피노



엄마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얘기를 듣다보면 아이의 존재가 참 신비스럽기만 하다.

때로는 나의 전부이자, 자랑이자 자부심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밑바닥을 다 까보이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는,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달이면 나에게도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래저래 육아에 대한 얘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지레 겁먹기도 했지만, 지금도 뱃속에서 엄청난 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막연하기만 했다.


연초에 올해는 육아서 5권 이상 읽고 육아 방향성 세우기!! 란 목표를 세웠지만 이제서야 1권 읽었다.

그런데 너무 다행이다. 이 책 속 엄마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애는 이렇게 키워야한다, 이 시기에는 이게 맞다, 맞지 않다, 팔짱 끼고 충고하는 정형화된 육아서가 아니라 생생한 육아의 현장에서 기쁨과 슬픔을 모두 경험하며 깨달은 마음가짐이 담겨 있어서 아직 육아도 안해봤는데 공감이 되고,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하고 사랑이 듬뿍 담긴 시선이 좋았다. 


저자는 초등교사이자 삼형제의 엄마다. 사실 삼형제 엄마라는 말에 나도 '진짜 힘들겠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했다. 작가는 자신을 향한 안쓰러운 눈빛보다 그런 얘기를 듣고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염려한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을리 없는 존재들이 힘들고 버거운 존재로 치부될까봐. '아들만 둘이건 셋이건, 엄마들은 정말 괜찮다. 왜 옆에서 이 엄마들을 가만히 두지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라는 저자의 일갈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 파트는 묵직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날 갑자기 척추에 종양이 생긴 첫째,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지만 아이 앞에서 함부로 슬퍼할 수 없다. 거듭되는 검사와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위해 강해지기로 결심한다.


첫 파트를 읽으며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접하게 된 무거운 현실에 숨이 막혔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공감과 달리 나에게는 상상이 어려운 공포였던 것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모든 걸 이겨낸 극복의 드라마는 안도와 함께 진한 감동을 느꼈다.


두번째 파트부터는 현실 육아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스마트폰이나 타인의 시선에 갇혀 아이들의 눈빛을 볼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고 하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저자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도 맡기지 않았고, 그 흔한 학습지도 시키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라는 순간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정형화된 틀 속에 아이들의 생각이 갇히게 될 것을 우려한다. 게다가 아이들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재촉하게 될 것을 항상 경계한다.


그래서 배변 훈련 시기도 인내를 갖고 기다리고, 시간에 쫓겨 다녀야하는 문화센터도 다니다 말았다는 저자가 유별나기보다는 대단해보인다.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게 너무 멋지다.


"아이들은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에 저장된 행복의 기억들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힘을 얻는다.

부디 그 힘을 엄마가 앞장서서 모두 소진해버리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이윤정 <그럼에도 웃는 엄마> p134 / 델피노


"강제하지 않으니 스스로 탐색하고, 재촉하지 않으니 어디에든 몰입하며, 평가하지 않으니 더욱 즐거웠던 시간. 

숙제도 없고 경쟁도 없고 시험도 없는 이 널널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하루하루 단단하게 영글어가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윤정 <그럼에도 웃는 엄마> p226 / 델피노



엄마 스스로의 삶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의 일과에 맞춰지게 되고 자신의 삶은 사라지기 일쑤라는데,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가족을 위해 내 건강을 먼저 챙기고,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더 이상 엄마만의 시간을 쟁취해가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자.

더욱 당당히 그 시간을 요구하고 나서자. (중략)

엄마가 자신을 먼저 아끼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스스로를 아껴가는 법을 자연스레 배워갈테니까."

이윤정 <그럼에도 웃는 엄마> p156~157 / 델피노



사실 임신으로 인해 단절될 내 경력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내게 와준 아이를 환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건 아이가 태어나면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들겠지? 


저자도 누구보다 일에 열정이 넘쳤고, 하고 싶은게 많은 교사였다. 세 아이를 연이어 키우느라 6년을 휴직하고 복귀한 그녀는 아픈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방황 끝에 '내게 1년 밖에 남아있지 않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라는 극단적인 질문 앞에서 다시 한번 휴직을 선택했다. 돈은 나중에 벌 수 있고, 꿈도 나중에 이룰 수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건 지금이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택한 것이다. 



저자에게 현실적인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아무리 내 가치가 확고하고 원대해진들 현실적으로 그것을 잘 펼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나를 더욱 쪼그라들게 만드는 밤'을 보낸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항상 아이들과 자신의 행복이다. 


저자의 가치관과 마음이 다 좋았다.

나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게 지켜볼 셈이다.

그러면서 커리어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성장을 맛보는 시간을 갖자고, 그 속에서 배운 마음과 감정을 기록하고 성찰하며 아이로 인해 보다 나은 내가 되는 과정을 즐겨보자고 다짐해본다.  

흔들릴 때마다 '그럼에도 웃는 엄마'를 상기하면서.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출판사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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