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사라질 직업인가 -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박사가 들려주는 의료계 미래리포트 닥터트릴로지 시리즈
김현정 지음 / 느리게읽기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일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었던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그녀의 의사 삼부작(닥터 트릴로지) 가운데 두 번째로 2012년에 나왔던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첫 번째 책이 나온 지 2년 만인 2014년에 출판되었고 김현정 박사는 현재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판업계에 계신 분께 들으니 한 책의 판매 부수를 좌우하는 90%가 제목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김현정 박사의 책들은 제목부터 눈길을 끕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이 책은 의료계이 변해왔던 과거의 발자취를 살피며 의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일부분에서는 지독할 정도로 상업화된 오늘날의 의료계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지요.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생태계'로 오늘날의 의료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지요. 즉, 의사, 대학병원, 의과대학, 의대 교수, 제약회사, 의료기업, 정부 그리고 환자와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이 가운데 제약회사, 의료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이 어떻게 의료의 생태계를 바꾸었는지 짚어보고 이 안에서 의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시스템에 의해 자율권이 지나치게 축소된 의사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지요.

또 하나는 '진화'입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오늘날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말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방향을 보아야 할지에 대해 논의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의료의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의료계의 위상은 공허함을 넘어 환자가 불신(不信)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동안 환자와 의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생각하자고 하지요. 결국 의료의 본질적 의미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빠졌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때문에 이대로 가면 두 종류의 의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철저하게 상업화하여 많이 노출되어 잘 알려진 의사, 아니면 반대로 오랜 기간 환자들과 신뢰를 쌓은 의사도 버틸 수 있다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이마저도 이상적인 구도일 것이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겠지요. 왜냐하면 자본은 상품성이 있는 의사를 끊임없이 찾을 것이고 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고요.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의료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보는 것이지요. 또한 미래의 의료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떤 의료인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또한 어떤 의료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지요. 사실 직업으로서 의료인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습니다. 한의사가 되려고 했던 계기부터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요.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저 혼자만의 착각은 아닌지, 환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제가 하는 치료가 과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등등 끝없는 고민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아무튼 글쓴이의 책을 읽으면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물론 저도 의료인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서일 것이라 짐작은 합니다만 단지 이 이유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도 오늘날의 의료계를 이해하는데 도움 됩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는 현명한 의료 소비자가 되기 위해 알면 도움 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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