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수 장편소설 한국현대문학전집 (현대문학) 19
이광수 지음, 김동환 엮음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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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이광수가 그렇다. 이광수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누구보다 조선을 아꼈다는 사실이 느껴지고 그에 못지않게 일본에 큰 불만과 마뜩잖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비뚤어진 애정과 잘못된 목적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기는지 그의 삶에 여지없이 드러나는 듯하다.

 

이광수의 은 지식인인 허숭이 서울을 떠나 고향인 살여울로 돌아와 농촌 운동을 전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촌으로 돌아가 교육을 실현하려는 허숭을 비난하고 무시하던 이들이 점차 허숭에게 감화되어 조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애쓰게 된다. 그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란 무엇인지 인간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90년 전에 쓰인 소설로 1932년부터 1933년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혀 촌스러운 구석이 없으며 그 내용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과 요즘 애들은.”을 입에 달고 사는 어른들. 불쾌한 느낌 없이 공감하며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선생님 저는 어떡허면 좋습니까."
하고 물었다.
"큰사람이 되지!" - P117

넓게 뚫린 신작로, 그리고 달리는 자동차, 철도, 전선, 은행, 회사, 관청 등의 큰 집들, 수없는 양복 입고 월급 많이 타고 호강하는 사람들, 이런 모든 것과 나와 어떠한 관계가 있나 하고 생각도 하여본다. 그렇지마는 이 모든 것이 다 이 늙은 자기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는 해득하지 못한다.
"다 제 팔자지, 세상이 변해서 그렇지."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스스로 단념한다. 그에게는 자기의 처지를 스스로 설명할 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장래를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을 계획할 힘도 없다. 근는 모를 내고 김을 매고 거두고 빚에 졸리고, 모기, 빈대에게 뜯기고, 근심 많은 일생을 보내기에 정력을 다 소모해버리고, 다른 생각이나 일을 할 여력이 없다. 마치 늙은 부모가 오직 젊은 자녀들을 믿는 모양으로, 그는 어디서 누가 잘살게 해주려니 하고 희미하게 믿고 있다. 그에게는 원망이 없다. 그것은 조선 맘이다. - P154

"그래, 당신이 혼자서 그러면 조선이 건져질 것 같소?"
이렇게 정선이가 물을 때에,
"글쎄, 나 혼자 힘으로 온 조선을 어떻게 건지겠소? 나는 살여울 동네 하나나 건져볼까 하고 그러지. 살여울 동넨들 꼭 건져질 줄 어떻게 믿소. 그저 내 힘껏 해보는 게지. 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지 아니하오?" - P260

숭이가 하는 노릇도 심 안 맞는 노릇이다. 그렇지마는 조선이 오늘날에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이 이 심 안 맞는 노릇이 아닌가. 심 안 맞는 이 노릇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할 터인데 적어서 걱정이다. 모두들 이해관계가 분명하고 너무들 똑똑해서 저 한 몸에 이로움이 없는 일을 매달고 쳐도 아니 하려 드는 이때다. 조선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기다린다. 어리석어서 저 한 몸의 이해를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을 구한다. ‘제 앞 쓸이’는 정돈된 사회에서만 쓰는 처세술이다.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대단히 많이 떨어져서 모든 것을 새로 설시하고 부리나케 따라가려 하는 때에는 남의 앞까지 쓸어주는 사람이 많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마치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다니는 어른 모양으로.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밤낮 고생이다. 남에게 고맙다는 소리 못 듣고, 드리어 미친 사람이라는 비웃음 받고, 약빠른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다. - P386

갑진이나 정선에게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기를 기뻐하는 일본 사람의 심리를 깨달을 수가 없다. 그들은 도리어 일본 군인이 어리석어서 전장에 나아가 죽는 것같이 생각한다. 그들의 유전적인 자기 중심주의와 이기주의로 굳어진 뇌세포는 이와 다르게 생각할 자유를 잃어버렸다. 그들로 하여금 연설을 하게 한다면, 글을 쓰게 한다면 그들의 여러 대 동안 단련된 구변과 문리는 아무도 당할 수 없는 좋은 이론을 전개하게 하고, 그들의 비평안은 능히 아무러한 일, 아무러한 사람에게서도 흠점을 집어낼 만하게 날카롭다. 그러나 이기욕 중독, 향락 중독, 알코올 중독된 도덕적 의지는 말할 수 없이 약하다.
힘든 일은 남을 시키고서 가만히 보고 앉았다가 그 일이 잘되면 제가 한 것이라 하고 못되면 저 같으면 잘할 것이라 하는 그러한 약음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이 거의 그들의 선천적 약점인 것으로 보아서 그들은 새 시대의 건설에 참례할 자격이 없는 동정할 존재다.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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