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
최문정 글.그림 / 산지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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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을 읽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연쇄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이 책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가 그랬다.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읽다가 이 책을 도서 목록에 넣어두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4년도 더 전에 읽은 책. 내가 왜 이 책을 도서 목록에 넣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집어 들었다. ‘행동하고 고민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제목의 제50장을 펼치자마자 하늘색으로 밑줄 쳐진 부분이 보였다.

 

내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했던 많은 행위들이, 타인에게 기만적인 행위로 비쳤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무력감,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고 하찮아 보이는 데다 열심히 했던 일들에 대해 인정받지 못한 자책감으로 괴롭기까지 하다. 대체 이 관계의 소통망은 애초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다시 보아도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읽자마자 이 책을 도서 목록에 넣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는 저자 최문정이 실업극복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엮어 낸 책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 인간애로 가득한 사람이 여기 또 있구나 하고 말이다. 저자는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 고민한다. 자신의 직업과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런 저자가 실업극복센터를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저자 이력을 찾아보다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 책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왜 그만두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어렴풋한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 있었다. 그 당시 서른네 살이었던 저자는 일종의 매너리즘이자 열정이 고갈된 상태였다고 한다. 어쩌면 마음을 저릿하게 한 저 구절을 저자는 절실히 통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는 드라마를 보듯 그저 함께 웃고 화내며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도 저자의 에너지를 받아 나도 한번 잘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밝은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듯한 책이랄까. 행동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저자가 말한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보는 삶을 살라고, 삶의 패턴은 또래들보다 조금 느리고 뒤처지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를 깨닫고 보고 느끼는 시간은 풍성해진다고 말이다.

 

떳떳하지 못한 사바사바는 말고 삶을 풍요롭게 해줄 짬짜미는 가끔 하며 내 삶의 활동가처럼 지내보자.

누군가는 ‘혼자 지내더니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게 된 거 아냐?’ 혹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거에 맛들인 거 아냐?’ 하며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곤 하지만, 저는 굳이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즐거운 마음으로 향한다는 거, 그게 어디에요. 그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니까 괜찮습니다. - P32

"종교는 있으세요?"
"네, 있습니다. 천하태평교라고 하는데, 제가 교주입니다." - P49

네, 맞습니다, 맞아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할 거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가보는 거죠. ‘제자리걸음도 구두 바닥이 닳긴 매한가지’ 라는데 …… . …… 우리가 언제 뭐 계획 세우고 살았나요, 닥치는 대로 사는 거죠.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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