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말을 잘 하는 사람이란 대체 무슨 뜻일까...

 

어릴 적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내가 단어를 고르는 데 꽤나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미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를 다시 옮길 때에도

내가 고른 단어와 구문이 훨씬 의미심장하고 재미가 있고 감칠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칭찬에 약한 난 조금씩 과장된 표현을 사영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다보니 가릴 얘기도 많아지고

TPO외에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의 단어와 문장은 변해갔고 줄어갔다.

지금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내 재능(?)과 능력(?)은 존재하긴 했던 것인지 가끔 궁금하다.

 

요네하라 마리에 대한 좋은 평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짧게 끊어지는 칼럼이나 수필, 단편 등을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작가와의 교감이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라 달갑지 않아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책으로 그녀를 대면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쓴다는 건

글의 길이나 형식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우리가 자주 하는 말로,

내가 하고픈 얘기가 그거였어! 라며 맞장구 칠 수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뭔가 내가 전부터 하고팠으나 정확히 입으로 내 뱉고 글자로 옮기기엔 부족했던 것을

또렷하고 시원스럽게 옮겨낸 이야기가 거기 있었다.

 

결코 지나치지 않고 모자람도 없는,

요리사들이 흔히 말하는, 초보자들이 그리 애매하게 생각하는

"적당히"라는 정도의 스타일로 부담스럽그럽지 않게 마음을 파고든다.

편안하게 다가와 마음에 새겨지는 그녀의 글들이

앞으로 그녀의 책을 모두 소장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아,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길태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런 일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어떤 말로 그 범죄자를 형용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을 뿐더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언급하여 어떤 문구를 사용해야 적절한 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딸과 같이 사는 한 평범한 아버지가

불꽃놀이 축제에 갔다가 납치당해 성폭행당한 후 죽임까지 당한 자식의 복수를 하는 줄거리이다.

범인은 미성년자로, 현행법상 자신은 크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반성이나 후회 따위는 일절 없으며 단지 재미와 순간적인 쾌락 등의 이유로

수많은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비디오 촬영까지 일삼는 인물이라

법의 그늘에서 갱생의 길을 걷게 한다는 경찰과 사회의 방침에 납득하지 못한

불쌍하고 처절한 아버지의 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살인은 안되다 한다...

그 아버지도 이전에는 그리 생각했다고 답한다.

그러나 내 자식이 그리 당해서 죽음에 이르렀고

그걸 촬영한 비디오를 내 눈으로 본 후엔 생각이 달라졌다 한다.

한 범죄자의 재교육과 갱생을 위해 내 딸이 제물이, 희생양이 되어야하냐는 그의 절규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한다.

 

죽은 자는 물론 말이 없다.

그치만 과연 그 딸이 아버지에게 그만 됐다고, 이젠 괜찮다고 하려나...

피해자의 가족은 그 상처를 어찌 견뎌야 하는 걸까...

그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답답한 내용의 글을 읽으며 현실로 도망가려 했건만

사방에서 김길태 사건으로 말들이 많다.

결국 책 속이나 현실이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와~ 너무너무 재밌었다.
전부터 책표지에서 우러나오는 묘한 포스에 꼭 봐야지...하다가 미루기를 얼마이던가,
별 기대없이 읽었다가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다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다 읽고 나면 등이 뻐근할만한 긴장감과
한여름 더위를 깡그리 앗아갈 소름끼침을 기대한다면
걍 다른 책 읽으세요.
피식피식 나는 웃음과 기분좋은 충족감, 만사가 귀찮고
복잡한 상념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책 중반까지는 이게 모냐...뭔가 사건이 일어나긴 나는거냐...싶을만큼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집나간 이구아나찾기도 사건이라면 사건이지만...
그러고보니 이 사건도 나름 비극적인 사건인데...
암튼 사건이 일어나긴 일어나니 걱정 붙들어 매시고
잠자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재미나게 마지막 장까지 이를 수 있으니 충분히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결코 심각하지 않게, 과하지 않은 유머 코드와
나름 따뜻한 인간미마저 느끼게 하는 스토리를 적절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주인공 슌페이는 필립 말로의 대사를 인용하며
정말 하드보일드한 탐정의 모습을 갖추고 싶어하지만
어린시절의 끔찍했던 기억과 특유의 소심함으로 인해 점점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
그나마 007시리즈의 본드걸스러운 비서를 뽑아 곁에 두고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려는 말도 안되는 꿈을 꾸다가
결국엔 88살의 할머니에게 엮이게 된다.
슌페이는 완강히 부정하겠지만 이 묘한 커플은
의외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존재가 된다.

 
음...더 늦기 전에 오기와라 히로시의 다른 책들도 서둘러 찾아봐야겠다.
괜찮은 작가의 발견은 항상 통장잔고를 줄어들게 하지만
마치 내가 처음 그 작가를 발견해서 책을 내준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람을 들었다놨다 한다.
그의 책이 너무 흥미진지해서 마음을 그리 만든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어찌 이리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가...싶다가
이게 과연 내가 아는 그 작가인가... 혹시 다른 아마추어 작가의 습작이 아닌가...싶은 실망스러운 감정.
이 둘 사이를 심하게 왔다갔다 한다.
이번에도 난 실망의 늪에 빠져버렸다.
날도 더운데 우울함이 콱 덮친다 ㅠ.ㅠ

 
만일 이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라
다른 일반 작가가 쓴 데뷔작이라면 좋게좋게 봐줄 수 있다.
그치만 그의 화려한 몇몇 작품에 비하면 이 책은 정말... 

 
홍보문구가 기가 막힌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감동과
긴박감 넘치는 흡입력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역작!

감동은 어디있고, 흡입력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가 아는 긴박감이라는 단어의 뜻이 고 사이 바뀌기라도 했나?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지고 시작하는 전개방식이다.
가가형사가 등장한다...
다른 할 말이 별로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륵의 손바닥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윤덕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살육에 이르는 병을 먼저 보았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좀 의심스러워지고 내 취향에 맞는 스타일은 아닐지언정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는 유명작을 먼저 읽고 다른 책을 읽을 경우 흔히 생기는 케이스,
대박 실망이다!

 
나처럼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사람도 두어시간이면 금방 다 읽을 정도의
편집과 내용이다.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관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다 해 먹고 지들끼리 얽힌 게 전부다.
 

근래에 읽은 책들이 계속 살망감을 안겨주다보니 리뷰쓰기가 힘들다.
아껴두었던 대작들을 시작해야하려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