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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 줄거리 - 알라딘 책소개에서 발췌
2010년 제23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미스터리계가 주목하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가
혼신을 다해 그린 인간 군상. 치매에 걸린 노모를 보살피는 중년 남성, 노숙자를 죽이려는
초등학생 남매. 중요한 무엇인가를 지키려고 사람들은 슬픈 거짓말을 한다. 한 마리의 나비가
절망 끝에 본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연약함과 따스함을 그린 감성 연작 장편소설. ]
미치오 슈스케는 섬세한 감정묘사가 특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연과 환경,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매혹적으로 그려내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일단 믿고 보는 편이다.
뛰어난 작품을 한편 써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실망스러운 작품을 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나름 신뢰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혹여 전체 뼈대를 이루는 줄거리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해도, 작품 자체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문체, 거기에 담긴 작가의 의도가 괜찮다고 할까나...
6편의 에피소드가 담긴 이 책은 각 편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다른 에피소드에서 조연으로 재출연한다.
이런 스타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고
실제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기억, 거기에 있던 사람... 그 후의 이야기...
혹은 같은 곳에서 같은 걸 보고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
아마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다른 듯 하지만 사실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사람이란 게...관계라는 게 말이다.
이런 식의 스토리는 작품이 더이상 픽션이 아니게끔 느껴지게 한다.
허구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 주위 어딘가, 친구의 친구가 겪었다는 일들처럼
살아숨쉬는 이야기가 된다.
번역서 뒤엔 흔히 "옮긴이의 말" 같은 것이 있는데,
대부분이 책 내용의 요약과 번역하게 된 계기, 작가에 대한 관심 등의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잘 읽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하신 한성례님은 작품을 읽고 리뷰를 작성하신 듯한 느낌이다.
무심히 넘겼나 싶은 부분을 되짚게 되거나 혹은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얻게 될 수도 있으니
작품 자체와 함께 기억해도 좋을 듯 하다.
[ "곤충은 항상 빛을 같은 방향에 두고 날아가는데 그 빛이 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똑바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빛이 작으면 그러지 못해. 작은 빛을 늘 같은 방향에
두려고 하면 곤충은 그 빛을 중심으로 빙빙 돌게 돼버리거든. 그러면서 그 원이 점점
작아지지. 그러다 보니 이렇게 작은 빛에 머리를 계속 부딪치는 거란다. 주변이 밝아져서
이 빛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구나.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니 과연 납득이 갔다.
"그래서 풍이도 저렇게 머리를 부딪친다는 말씀인가요?"
내가 전구 쪽을 가리키자 아저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러니까 꿈은 크게 가지려무나."
아저씨는 그대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크면 클수록 똑바로 날아간단다." ]
[ 봉투는 안면과 겉면이 뒤바뀌어 있었다. 사치는 봉투를 뒤집고 그 안에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을 넣었다. 아니다. 사치는 먼저 자신이 사는 세상과 자기 삶을 송두리째
봉투 안에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봉투를 뒤집었다. 뒤집은 봉투 안에 엄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 한장과 나비 브로치를 넣었다. 그다음 봉투 입구를 단단히 봉했다.
사치는 이렇게 자신이 행복했던 때와 무자비한 세상을 분리시켰다. 뒤집은 봉투 밖으로
세상을 가두었다. ]
[ 사람은 어째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만 뚜렷이 기억하고 소중한 기억들은 전부
잊어버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