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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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가의 에세이는 고만 보련다. 재미도 감동도 작은 웃음조차 점점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마스다 미리가 사실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도 아니고, 대표작에서 보여줬던 담백한 사색의 순간들도 더 이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볍게 읽기 좋다고 치부하기엔 책값도,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작인 수짱 시리즈에서 멈췄어야 했어, 암튼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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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파괴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5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김희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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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들이 그러듯이 알고도 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책이 나에게 그렇다. 공포 스릴러라고만 하기에 그의 책은 부족하다. 상상의 범위 그 너머에 있는 처절한 잔혹함과 두려움이 있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악마 같은 살인자들이 하는 짓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두렵고 불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영상이나 삽화, 그림 등으로 접한 것도 아닌 단지 텍스트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연달아 읽는다는 것은 내게 무척 힘든 일이다. 마치 모르는 작가인 것처럼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그의 책을 읽어야만 오롯이 감당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아예 놓을 순 없다. 정말 치명적인 매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다지 세세한 묘사를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그의 책에 등장하는 문장들을 통해 상황을, 장면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분명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임이 분명한데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오고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존재한다. 출퇴근길의 혼잡한 전철에서 읽던, 상사가 자리를 비운 잠깐 사이에 사무실에서 몰래 읽던 바로 몰입할 수 있다.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늪 같은 매력,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맵고 짜고 단 음식에 열중하듯이 그의 책이 바로 그렇다.

 

이번 책은 다소 색다르다. 물론 스릴러인 만큼 피 튀기는 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작가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인 것을 감안하고 봤을 때, 이 정도면 청소년 관람가급이다. 다루는 분야가 정신 의학, 최면요법 등에 관한 것이라 그런지 확실히 덜 자극적이다. 그렇지만 충분히 공포스럽다. 영혼 파괴라니... 육체와 정신의 단절, 숨 쉬고 의식도 있고 생각도 하는데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말조차 하지 못한다. 가장 끔찍했던 기억 속으로 돌아가 그 순간을 무한 반복하며 겪어야 하는 최악의 고문에 가까운 형벌이다. 역시 제바스티안 피체크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이거다. 작가는 정신의학 분야를 다루면서도 자신의 특색을 한껏 살리는 데 모자람이 없다. 의학 분야가 배경이라 해서 기억하기 복잡한 용어가 쏟아져 나온다거나 지루한 설명이 몇 페이지씩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 두께를 봐라,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엄청 얇다. 범인이 던지는 퀴즈를 함께 푸는 재미는 덤이다. 이번에도 나는 범인 맞추기에 실패했다. 한 살 더 먹어도 달라지는 건 전혀 없구나. 다행히 마지막 퀴즈는 풀었다. 뭐,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 대놓고 힌트가 있긴 하지만...

 

p.s. 혹시 마지막 퀴즈의 답을 모르겠는데 너무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질문 주세요, 바로 알려드릴게요. 답은 비밀댓글로 알려드립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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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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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고전 많이 읽기 목표를 위해 선정한 첫 번째 책이다. 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제목에서 풍기는 섬뜩한(?) 기운에 쉽사리 집어 들지 못 했었는데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곧 결혼할 예비 신랑신부나 임신을 꿈꾸는 혹은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는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모든 책에는 읽기 좋은 타이밍이란 게 존재한다. 굳이 지금 읽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내려놓으라고~~~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꿈과 낭만이 가득한,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지 않는, 아무 대책 없이 천진한 부부다. 혼전 성관계, 이혼, 핵가족, 마약 등 그들의 눈에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외면하고 보수적이라는 둥, 어린 시절에 말 못 할 기억이 있을 거라는 둥의 뒷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그 둘은 많은 아이들, 가족들이 자주 모이는 화목한 집안,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애정을 나누는 부부, 너른 정원이 딸린 저택 등을 꿈꾸고 이뤄나간다.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둘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고, 그들만의 힘으로 관리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멈추었더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이루려는 것을 불가능하게 보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하며 비웃었던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모여 웃고 떠들 때 이 부부는 결국 그들이 옳았고 이를 증명해 냈다는 듯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과연 이 둘에게 왜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적게 낳으려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자신과 상대방의 차이를 저울질하며 가족과 친지, 친구들 앞에서 나눈 서약을 어기고 이혼을 하는지 등에 대해 잠시나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싶다.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부정한 모든 것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고 현명하고 신중한 사색의 결과라고 치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모든 상황이 본인들이 예견한 것과 달리 진행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이다지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있다니 어찌 보면 대담무쌍하다고 하겠다.

 

데이비드는 떠나왔던 아버지 제임스에게 끊임없이 손을 벌려야 했고, 그가 세운 왕국은 아버지의 막대한 원조로 유지되었다. 약한 몸으로 끊임없이 아이를 낳는 해리엇은 결국 어머니 도로시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애들을 돌보고 집안을 꾸려나간다. 어느덧 아이는 4명이 태어났고, 이 위태로운 성은 바람 앞의 촛불 같았다. 마침내 태어난 다섯째 아이 벤은 해리엇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를 힘들게 했고 태어나서도 남다른, 다소 흉측한 외모와 행동으로 모두를 두렵게 했다. 해리엇 자신은 그 아이를 부정하고 감당하기 어려워 사라져버리길 바라면서도 다른 이들의 눈에 그리 비치는 것이나 타인이 그런 뉘앙스의 말을 꺼내면 거세게 반박한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벤은 결국 비정상아들이 모여있는 보호소로 보내지나 해리엇이 다시 데려오고, 그로 인해 가족은 점점 멀어지고 뿔뿔이 흩어진다.

 

그 후에도 해리엇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데이비드 역시 뭔가 느꼈어도 인정할 타입이 아니다. 일어난 문제에서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골칫거리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모든 일이 잘 돌아가는 듯 행동한다. 이 부부는 그들 자신의 힘만으로는 결코 감당하기 힘든 꿈을 꾸었고, 결국 무책임하게 행동했다. 그 둘은 따뜻하게 타오르는 벽난로 위에 걸린 그림같이 아름다운 가정을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 속의 가정에는 끊임없이 사람의 품이 들고 많은 돈이 필요한데다 빽빽거리며 보채는 아이와 돌보아야 할 부모가 존재한다. 그 와중에 감정을 나누고 대화를 이어가며 관계를 끌어가야 하는 것인데 그들에겐 그게 쉬워 보였나 보다.

 

책 속의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여타 고전 문학에서 보이는 수많은 형용 어구들과 지난한 묘사들, 서술들, 속마음을 감추고 변두리만 두드리는 갈 곳 없는 대화들은 온데간데없다. 한 페이지도 아니고 한 줄, 두 줄이 지나는 순간에 해리엇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이토록 빠른 전개 속에서도 작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전한다. 이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구석 어색하거나 조잡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스릴러 소설의 그것처럼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며 흥미진진하다. 다만 어처구니없는 번역이 곳곳에서 짜증을 유발한다. 작품 자체는 소장하고 싶은데 이 책으로는 아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곱게 번역해서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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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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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란 모자라도 문제, 넘쳐도 문제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그렇고, 연인 사이에서도 그렇고, 친구사이나 지인과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상대방의 관심과 애정을 자존심 따지지 않고 솔직하게 바랄 수 있는 유년 시절에 애정, 애착 관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다.

 

누군가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했을 정도니, 그 때 형성된 가치관, 사고 방식, 자존감 등은 이후의 삶에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잘 살아보겠다고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물론 자기만의 기준으로) 재능을 개발하는 일이라거나 사회 생활에 적응하는 일,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마음이 맞는 친구를 얻는 일까지 어린 시절에 이미 정해진 싹수에 따라 정해져 있다니 뭔가 억울하다. 내게도 해당되는 내용들이 상당 부분 있었고 나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행동 방식이나 사고 형태에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원인이 되어 지금껏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애착관계의 회피형과 불안형에 대해 설명하는 초반 부분을 넘어가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실례를 들어 설명하는 후반부는 좀 더 재미나게, 자신과 주변인들을 대입하며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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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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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열광하거나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내는 편은 아니다. 누가 이 작가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다만 존경심이랄까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 깍듯이 대접해야 할 어른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의 개인사에 대해 뭔가 아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으며 감탄을 연발한 적도 없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아프리카 어느 한 부족의 지혜로운 촌장님스러운 느낌? 한 세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익혀 후손들에게 이로운 조언을 해주고 과거를 떠올리게 해주며 삶의 지혜를 전하는 그런 포스가 그의 작품엔 있다.

 

말이 장황했던 거에 비해 이 작품은 별로다. 2권이지만 후딱 읽을 수 있을 만큼 치밀하지 못하다. 이야기가 슬렁슬렁 흘러간다고나 할까. 자간, 행간의 넓이만큼이나 여유 만땅으로 느긋하다. (좀 더 촘촘히 편집해서 한 권으로 만들었어도 될 텐데...) 범인도 금방 알 수 있고, 주인공 뒤통수 맞을 일도 뻔하고, 결말도 너~무 예상대로다. 작품에 선한 이라곤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어째 등장하는 인물마다 다 이 모양인가 싶을 정도이지만, 악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허술함과 멍청함도 지니고 있다. 그냥 머리 복잡할 때 가볍게 읽기 좋다. 화장실에서 볼 일 볼 때 들고 가시길... 책에 그다지 정신 팔지 않고 볼 일(?)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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