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이제 언론은, 한 인간을 상상력도 없고 창조적이지도 않고 마음도 교활한데 그와 동시에 얻어들은 건 무척이나 많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 헛똑똑이는 과거에는 오직 천재들만이 알 수 있었던 것들을 일상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얼간이다. 그는 이전 세대가 결코 걱정해본 적 없던 특성을 지닌 절망적은 결합체다. 플로베르가 보기에 뉴스는 우둔한 자를 무장시키고 바보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 p. 82-83 ]


[뉴스 기사는 다른 식으로 깊이 상상하려는 우리의 의지뿐 아니라 그 능력까지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안들을 특정한 틀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다. 이 방식이 지닌 겁박하는 힘을 통해 뉴스는 우리를 마비시킨다. 이런 문제를 파고드는 이가 없다면, 불확실하지만 잠재적으로는 중요한 개인들의 사색은 위축되고 말 것이다.   - p. 88 ]


[플로베르가 문학적 상투어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미디어의 상투어에 눈을 부릅뜨고 대해야 한다. 전자는 소설을 파멸시키고, 후자는 국가를 파멸시킬 수 있다.   - p. 89 ]


[뉴스가 더이상 우리에게 가르쳐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때 우리는 타자와 상상 속에서만 연결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타자를 정복하고 망가뜨리고 만들거나 없애는 일을 그만둘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할당된 짧은 시간 속에서 견지해야 할 자신만의 목적이 있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 p. 291-292 ]


적어도 진실을 말한다면…… 심지어 날씨예보조차 믿을 것이 못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둔 한달여 즈음부터 가뜩이나 자주오던 책택배가 무지무지하게 왔다. 이리 쓰고 보면 어딘가 다른 곳에 사는 누군가가 보낸 듯 하지만 하나한 모두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 배달시킨 책들이다. 책장 앞은 이미 책을이 세겹 네겹으로 쌓여 저 안 쪽 바닥엔 뭐가 들어있는지 가끔 궁금할 지경이다. 아는 지인 중에 나의 10배쯤 책을 가진 이가 있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위안을 한다지만, 서재의 절반이상, 거실쇼파와 그 주변, 침실 서랍장 위, 화장실 앞 선반 심지어 사무실 서랍 속까지 구석구석 책이 쌓여있지 않은 곳이 없다. 금방 보고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닥 빠르지 않은 독서 속도를 책 구매 속도가 훨씬 앞지르고 있다. 한 달에 몇십권씩 보는 사람들은 뭐지, 책 읽는 속도가 그리 빠른가 아님 다들 백수인가, 마냥 굼금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표지를 확인한 순간 집안에 가득한 읽지 못한 책들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떠올랐지만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사람들이 고민에 빠지면 주위에 누군가에게 흔히 이렇게 묻곤 한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여기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어쩌면 해답을 알려줄 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어찌 사지 않고 버틸 소냐. 자신과의 싸움, 그런 걸 왜 하나, 난 나하고 사이좋게 지낼란다.

 

작가와 작가가 조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나의 책 따위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쌓여있는 한줌 모래인 듯 했다. 쌓아놓은 책의 무게로 집이 기울고, 심지어 바닥이 꺼져서 아랫집 천장을 뚫어버린 웃지 못할 사연도 가득하다. 일본 가옥의 특징상 목조 건축물이 많다 보니, 집이 기운다던가 화재로 집과 책이 몽땅 타버린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역시 한두개가 아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책보관이 과연 쉬워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뭐 개인적인 취향에 문제이긴 하다만 나는 저자와 생각이 같다. 책이란 것은 텍스트만 읽을 수 있다고 책이 아니다. 손가락에 착 달라붙는 종이의 느낌, 손에 들었을 때의 무게감,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과 소리, 제본된 종이사이에서 풍기는 향, 심지어 책장에 꽂아둔 것을 바라볼 때(바닥에 쌓아둔 책 역시)의 감정까지도 책이라는 것이 포함한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멸망 후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만화책에서 본 귀절이 생각난다.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 인류가 남겨놓은 것들이 몇가지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각종 곡물의 씨앗들과 어마어마한 책들이었다. 그 책에는 작물 재배법, 약초들에 관한 정보, 집 짓는 방법, 수로를 끌어오는 법 등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등장 인물 중 하나가 이런 말을 한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어도 최후까지 남는 건 결국 책인가. 그 어마어마한 양의 도서들을 파일로 만들어 저장했으면 정말 작은 메모리칩 안에 충분히 들어갔을 것이다. 컴퓨터에 간단한 단어 몇개만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쉽게 불러낼 수 있는. 그러나 물도 전기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조차 책은 존재했다. 마지막 인류에게 메세지를 전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하는 것은 결국 부피를 차지하고 보관도 어렵고 무게도 만만치 않은 책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뭔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되어 버린 요즘엔 장서가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블로그 등에서 자신의 서재를 자랑(?)하는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을 볼 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었다. 워낙 책 읽는 인구가 줄다보니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사모으고 보관하는 이들이 남다른 짓을 하고 있는 거란 걸 깨닫게 된다. 내가 책 사는 데 돈을 100만원씩 쓴다해도 명품가방이 아니라 책을 산 것이라면 남들이 알아도 덜 찔리지 않겠는가. 책은 일찌기 그런 이미지였고 갈수록 그 위치가 확고해지고 있나보다. 다만, 이사짐 센터 직원한텐 그만한 애물단지가 없다. 이사짐 견적 뽑아보려고 부른 사람들이 집에 와서 책더미를 보고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네이버에 '미스터리'의 의미를 검색해보면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을 뜻한다고 나온다. 실제로 많은 미스터리 작품들이 놀랄만한 트릭과 짐작하기 어려운 의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반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따뜻한, 인간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 경우엔 본래의 '미스터리'와는 조금 색이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범주를 넘어서거나 인간으로서의 도리, 의무, 사회적 규범 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반인이 지닌 보통의 개념으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스터리가 따뜻하다는 것은 대게 이상야릇하고 납득이 안 되는 그 일들이 도리와 이치에 맞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좋은 쪽으로) 경우이다. 이 책 [귀동냥] 처럼 말이다.

 

[경로이탈]의 경우 딸문제로 맺힌 것이 많을 듯한, 쥐어 박아도 시원찮을 환자를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게 살리는 구급대원의 이야기이며, [귀동냥]은 우연히 얻어들은 말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에피소드 2개가 교차 진행된다. [899]에서는 아이를 잃은 소방대원 아버지가 학대받는 아이를 위해 위험한 시간을 무릅쓰며 , [고민상자]는 한 전과자와 갱생보호시설 원장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 버리고 싶은 물건, 내던지고 싶은 마음 등을 잠깐 따로 분리하여 거리를 두게 되면 냉정하게 현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고민상자'에 관해 그려진다.

 

작품들이 괜찮다고 느껴지는 건 작가가 굳이 뭔가를 감추려 하지 않아서이다. 요란스럽게 야단을 떨지 않으며 말을 많이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티가 나지 않는, 그러나 번거롭고 귀찮아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조용하게, 묵묵히 해 나가는 이의 어깨를 가만히 두들겨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4개의 단편이 모두 비슷한 느낌이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힐링이라는 테마가 사방에서 들려올 때는 되려 지긋지긋했는데, 이런 소설이야말로 자극없이, 억지로 꾸며낸 듯 하지 않게 서늘한 마음을 따듯이 힐링해 주는 것 같다. 이 작가의 책을 한권 더 구해 두었는데, 그것도 꽤나 궁금해지게 만드는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작품이다. 소재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본질을 인지하는 것, 사람이 타인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되려나... 아, 이럴 땐 정말이지 부족한 말주변과 단어구사력이 부끄럽구나... 

바라보는 법, 인지하는 법, 받아들이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과정이나 선택의 순간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 현상 그 자체를 바라보는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내가 나 자신이 벌인 일이나 선택한 것에 대해 스스로 정당성과 변명을 부여하고, 타인이 내뱉은 말과 저지른 행동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느끼는 바는 자신의 경험과 자의식, 감정, 생활방식 등이 반영되어 드러나는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보고 재고 결론을 내게 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알게모르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되고 이 과정에서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는 게이브리얼이라는 인물과 이사벨라라는 인물이 나온다. 게이브리얼은 가식과 교만,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이지만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잘 아는 인물이다. 상황을 볼 줄 알고 상대를 관찰하여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법을 알아 정치계에 입문하려 한다. 개인과 대중, 소문과 영향, 나설 때와 빠질 때를 잘 아는 그런 인물. 자신의 욕망에 너무 거리낌이 없어 결코 좋아할 수는 없지만 세상은 그의 예측대로 돌아가며 저 인간의 결말은 대체 어떠려나 싶은 그런 인물이다. 게이브리얼과 이사벨라는 완전히 반대 타입의 인간이다. 이사벨라는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스스로도 자신과 싸우지 않는다.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하는 선택은 그녀에게 없다. 그녀에게 모든 길은 하나이고 그것을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아무생각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양자택일의 경우에 늘 모양 좋은 것만 선택해서 결과적으로 외길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녀에게 선택지란 것은 애초에 없었다. 그녀의 존재가 하나이듯 선택도 하나, 갈 길도 하나일 뿐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민할 여지가 없는 것이고 고민할 여지가 없는 것은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거나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은 나름 평온하고 행복할 지 모르겠으나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겐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이브리얼에게 결코 마음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자가 외친 말들은 은근히 마음에 남는다.

 

[ "아니, 당신은 몰라. 당신은 고통이 뭔지, 진짜 고통이 뭔지 몰라. 난 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알지 못했어. 대화다운 대화조차 하지 못했지. 노리스, 난 그 여자의 영혼을 깨부수기 위해 별짓을 다 했어, 온갖 짓을 다 했다고. 난 그 여자를 진흙탕으로, 쓰레기들 속으로 끌고 다녔지만 그 여자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던 게 분명해! '더럽혀지지도 겁먹지도 않는'…… 이사벨라가 딱 그래. 그건 섬뜩해. 섬뜩할 정도라고. 입씨름하고 울고불고 덤벼들고…… 난 늘 그런 장면을 상상했지. 그러면 내가 이기는 거라고! 난 이기지 못했네. 싸우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순 없는 거니까. 난 그 여자와 제대로 대화할 수조차 없었네, 단 한번도. 나는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에 취해봤고 약도 해봤고 다른 여자와 어울리기도 해봤어…… 하지만 이사벨라한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 그 여자는 그저 발을 얌전히 모으고 앉아 비단 천에 꽃을 수놓으며 가끔 노래나 흥얼대고…… 아직도 그 바닷가 그 성에 사는 것처럼…… 그 우라질 동화 속에…… 그 여자가 그것까지 여기로 끌고 와서……"   - p. 310 ]

 

이사벨라같은 사람이 나와 그닥 가깝지 않은 관계라면 쟨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라며 넘어가겠지만 가족이나 연인, 부부의 문제라면 사뭇 다를 것이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이 안 되는 관계라면 그건 제대로 된 관계라고 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한쪽에서 아무리 이런저런 시도를 해봐도 저쪽에선 반응조차 없고 그게 뭔가를 위한 노력의 단서라는 것조차 모른다면... 상대방의 정신이 먼저 망가지지 않을까, 하긴 그 전에 떠나겠구나. 게이브리얼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이해는 된다는 말이다. 그가 이사벨라를 통해 얻고자 한 것, 이사벨라에게 품은 의도같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뭐, 되도 않는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3
에드워드 벨러미 지음, 김혜진 옮김 / 아고라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정치, 사상, 사회 등의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도 사실 그닥 어렵지 않으며 충분히 내 생활의 일부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