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네이버에 '미스터리'의 의미를 검색해보면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을 뜻한다고 나온다. 실제로 많은 미스터리 작품들이 놀랄만한 트릭과 짐작하기 어려운 의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반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따뜻한, 인간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 경우엔 본래의 '미스터리'와는 조금 색이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범주를 넘어서거나 인간으로서의 도리, 의무, 사회적 규범 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반인이 지닌 보통의 개념으로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스터리가 따뜻하다는 것은 대게 이상야릇하고 납득이 안 되는 그 일들이 도리와 이치에 맞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좋은 쪽으로) 경우이다. 이 책 [귀동냥] 처럼 말이다.

 

[경로이탈]의 경우 딸문제로 맺힌 것이 많을 듯한, 쥐어 박아도 시원찮을 환자를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게 살리는 구급대원의 이야기이며, [귀동냥]은 우연히 얻어들은 말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에피소드 2개가 교차 진행된다. [899]에서는 아이를 잃은 소방대원 아버지가 학대받는 아이를 위해 위험한 시간을 무릅쓰며 , [고민상자]는 한 전과자와 갱생보호시설 원장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 버리고 싶은 물건, 내던지고 싶은 마음 등을 잠깐 따로 분리하여 거리를 두게 되면 냉정하게 현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고민상자'에 관해 그려진다.

 

작품들이 괜찮다고 느껴지는 건 작가가 굳이 뭔가를 감추려 하지 않아서이다. 요란스럽게 야단을 떨지 않으며 말을 많이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티가 나지 않는, 그러나 번거롭고 귀찮아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조용하게, 묵묵히 해 나가는 이의 어깨를 가만히 두들겨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4개의 단편이 모두 비슷한 느낌이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힐링이라는 테마가 사방에서 들려올 때는 되려 지긋지긋했는데, 이런 소설이야말로 자극없이, 억지로 꾸며낸 듯 하지 않게 서늘한 마음을 따듯이 힐링해 주는 것 같다. 이 작가의 책을 한권 더 구해 두었는데, 그것도 꽤나 궁금해지게 만드는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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