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말하다"에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표현들이 다수 출몰하여 그다지 즐겁게 읽지 못 했다. 하나를 굳이 꼽자면... 소설을 쓸 때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일 뿐 작가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등의 표현 같은 거 말이다. 이런 식으로 꾸며진 표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영하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건 애매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나 현상을 담백한 단어와 문장으로 넘치지 않게 표현해 주는 데 있었다. 작가가 손이나 펜을 놀려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가는 작업을 하면서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말을 하다니... 성공한 화가에게 작품을 그린 과정에 대해 묻자, 붓이 가는 대로 두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김빠진 잘난 척 같은 표현. 물론 작가가 배경과 상황을 설정하고 인물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뒤엔 특정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지 알 수 있고 그에 맞춰 쓴다는 사실은 이해한다. 다만 저 표현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문장들이 책 곳곳에서 튀어나와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기 힘들었다. 다음 책은 텀을 좀 두고 읽어야겠다.

건강한 개인주의란 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립적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때의 즐거움은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뭔가를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즉,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입니다. 새로 나온 사진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카메라로 더 멋진 사진을 찍는 삶입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는 삶이 아니라 휴대폰을 잠시 끄고 글을 쓰는 데서 얻는 즐거움을 말합니다.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즐거움의 대부분은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온 유산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들이 오래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예술과 관련되었다는 겁니다. 글을 쓰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연극에 참여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 여기엔 대부분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 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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