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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왜 너는 가족을 거부했을까. 가족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 도사리고 있는 슬픔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보호하는 관계와 안이한 감정에 잠겨 위로를 찾는 그 거짓됨을 못 본 척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지.
또 아이를 낳아, 어머니와 똑같이 애정에 이끌려 다니는 자신의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겠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부모가 되고,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성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너는 성장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면면하게 이어지는 자연계의 흐름, 봄이 되면 마른 땅속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현상,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겨울에도 깊은 땅속에는 봄을 기다리는 무수한 생명이 있잖아. 그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으 연쇄가 끔찍해서 너는 그냥 너이고 싶었던 거야.
그러나 너 혼자 온전히 저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거대한 흐름에 떠내려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반려도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겠지. 지금 너는 그날에 대비해 혼자임에 익숙해지려고 준비하고 있구나.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 어둡고 먼 길을 홀로 걸어왔던 것처럼 마지막에는 결국 혼자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면서 말이야. - p. 23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