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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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은 아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사라진 이틀] 이후로 종종 접하게 되는 작가인데, 꽤나 히트 친 [64]도 썩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나랑 맞는 작가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고 그가 글을 못 쓴다든지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그림자 밟기]는 마카베 슈이치라는 밤도둑이 본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에피소드 연작집이다. 원래 똑똑하고 잘 나갈 수 있었던 마카베는 집안의 비극 이후 밤도둑이 되었는데 그의 불행한 과거를 작가가 어여삐 보았는지 이 책에서의 그는 그닥 나쁜 놈처럼 묘사되고 있진 않다. 게이지라는 이름의 죽은 동생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마카베의 몸에 함께 깃들어 살며 형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 안에서 사건의 힌트를 발견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과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본격 판타지도 아니고 죽은 동생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설정은 꽤나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인물의 캐릭터도 공감가지 않고 사건들이 주는 재미도 떨어진다. 쌍둥이가 일반 형제자매보다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한 몸에 두 사람의 영혼(?), 정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조금이나마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명처럼 보인다. 페이지는 휙휙 잘 넘어가긴 한다만, 내게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켜두고 읽어도 지장없을 만큼 긴장감도 집중도도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요코야마 히데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난 이미 [사라진 이틀]을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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