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명찰 낭만픽션 1
우부카타 도우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이야 달력에 양력, 음력 표시는 물론이요, 춘/추분을 비롯한 각종 절기도 다 나와있고 월식이나 일식이 일어나게 되면 며칠 전부터 뉴스에서 예보를 해주고 몇시에 얼마나 잘 보일지까지 장확히 알려주지만 이런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처음엔 얼마나 낯설고 힘든 일이었을지 현재의 우리로는 알수가 없다. 농사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서 해와 달의 움직임을 읽는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읽는 일이고, 민생의 삶을 돌보는 것이니 막대한 권력과 명성이 따르는 일이다. 고현정 씨가 나왔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식을 예측하는 미실의 권위는 왕보다도 높았다. 천신황녀라 불리며 하늘의 선택을 받은 이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지구가 둥글다고 말한 사람이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죽어간 사람이나, 닿을 수 없는, 우러러 봐야하는 하늘에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목숨이 사라져갔는지.


[천지명찰]은 에도시대의 일본에서 시간을 계산하고 새롭게 해와 달, 별의 흐름을 읽는 법을 계산하여 달력을 만들어 낸 사람의 이야기이다. 실제 인물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어디선가 들어보았음직한 인물들의 이름도 꽤나 나온다. 산술이니 역법이니 하는 분야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렵거나 지루해서 못 읽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물론 중심에 하루미라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애쓰는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이야기다. 페이지는 다소 두렵게 느껴지겠지만, 표지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책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분명 하루미에게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에는 그 한 사람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닌 듯 하다. 특히 바라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 아닐 땐 더욱.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했던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하루미의 재능에 순수한 열정이, 진득한 노력이 더해지자, 사람이 모이고, 이목이 집중되고, 흐름이 바뀌고, 마침내 시간까지 한편이 되어 원하는 것에 다다르게 되더라. 오바스럽지 않고 잔잔하게 기분좋은, 기특한 인물들이 가득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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