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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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봤던 영화, 만화, 책을 보고 또보고 하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물론 그 대상이 무척 재미있고 내 취향에 맞는 경우에 한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습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처 몰랐던 의외의 취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추리소설 분야의 공정성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차치하고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고 신선했으며 방식이야 어쨌든 나같은 멍청이가 알아듣기 쉽도록 트릭에 대해 다~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가 나왔을 때 큰 기대는 없었다. 패러디니 오마주니 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시작한다. 원작의 룰과 흐름을 따라야하니 참신한 것을 기대할 수 없고 결말마저 짐작 가능하며 아무리 잘해도 본전치기다. 대부분은 욕 들어먹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번만은 그런 염려들이 기우에 불과했다.


나쓰키 시즈코는 '오마주'란 단어에 대한 정의를 하나의 소설로 완벽히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원작의 방식을 그대로 따오면서 본인의 색깔도 충분히 살리고 재미까지 집어넣었다. 읽으면서 이야~ 잘 썼네, 하는 소리가 몇번이나 나오더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요트가, 십이지신상 인형이, 녹음된 테이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익숙한 흐름에 이끌려 읽다보니 마지막 한 인물만이 생존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페이지가 꽤 남더라. 마무리를 어찌 하려나... 쓸데없는 사족으로 망치는 건 아닐런지 싶었는데, 반전이 있었다. 그것도 괜찮은 반전이.


나쓰키 시즈코는 꽤나 유명한 작가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봐야겠다. 이로써 나는 취향의 작가를 하나 더 발견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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