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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인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4월
평점 :
87분서 시리즈는 모두 평타 이상은 치는 듯 하다. 경찰 소설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꽤나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분량이 길지 않지만 어설프거나 허둥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쓰잘데기없는 군더더기들이 없어서 꽤나 담백하게 읽히고 등장인물에 대한 호감도 역시 좋은 편이다.
이번 [마약 밀매인]은 책 속의 문구처럼 눈에 확 띄거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엄청난 범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숨어있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언급하려고 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딱히 리뷰 쓸 만한 것도 없는 편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 중에서 비슷한 설정을 몇번 본 적이 있다. 정의감 넘치고 업무에 충실한, 직급도 어느 정도 있고 인망도 높은 형사나 검사 등의 자식이 현재 수사 중인 범죄에 휘말려 버린 것이다. 그들은 자식에 대한 애정과 직무에 대한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경찰이든 검사든 탐정이든 사실 가정을 잘 돌볼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가사와 육아는 아내에게 맡긴 지 오래고 자식들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불편해 할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대로 아이와 아내를 사랑하는 데다 해당 분야에서 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지라 고뇌의 시간은 길고 고통스럽다. 이 작품에서도 같은 설정이 나오길래 살짝 식상할 뻔했는데, 비비 꼬거나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 작가의 스타일답게 깔끔하게 해결이 났다. 맘에 들어~
'담백','깔끔'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라고 믿었었는데, 책 뒤의 '저자의 말'을 보니 아니었나보다. 약간 우왕좌왕하고 엉뚱한 발상을 하기도 하며, 다소 산만한 스타일 같다. 본인의 이름을 한 차례 개명한 뒤, 또 이름을 바꾸어 사용한 것만 보더라도... "에드 맥베인"이라는 이름은 왜 또 집어치웠는지... 암튼 괜찮은 편집자가 작품을 살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편집자님,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