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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술사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8월
평점 :
[ 오몬의 부모는 맞선으로 만나서 뜨거운 마음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막내딸까지 무사히 시집보냈을 때 할머니도 마음이 놓였겠지요. 그래서 옛날 일도 들려주었을 거에요."
-부부의 인연은 따로 있는 거란다.
"그러니 당장 눈앞의 일에 헤매지 말고 자기와 닿아 있는 인연을 소중히 하라고, 엄마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아무리 불안해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시험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p.52~53 ]
["애초에 이 모임은 제 아버지, 선대 시치로에몬이 시작한 겁니다. 아버지는 종종 말씀하셨어요. 이 가업을 해 나가다 보면,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때가 묻고 금전에 더러워져서 얼굴도 마음도 대청소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면 괴담을 듣는 모임이 좋겠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눈을 가늘게 뜨면 웃는다.
"사실 이것도 억지로 갖다 붙인 핑계이고, 실은 아버지가 괴담을 좋아하셨습니다."
좌중에서도 잔잔한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허나 괴담 모임을 마련해서 여러 괴담을 듣고 보니 신선의 영험함이나 요괴의 무서움과 신기함에 온몸이 절로 오그라들더군요. 사람의 지혜나 이치가 닿지 않는 일들에 대해 알고 사람의 분수를 헤아리게 됩니다. 혼백이 덜덜 떨리면 때가 떨어지고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그 고마운 효험에 선대의 뒤를 이은 저도 괴담 모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p. 206~207 ]
["아가씨, 다리란, 본래 길이 없는 곳에 걸쳐 놓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는 사다리나 계단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예, 하고 오치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뜻밖의 존재를 불러들이거나 이승이 아닌 장소로 통해 버리는 일도 일어나는 것이지요. 저도 이 모임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일 뿐입니다만." - p. 245 ]
["저에게 세상물정이란 것을 조금이나마 알려 주고 싶으셨던 거겠지요"하고 오치카는 말했다. "이런저런 기이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저도 차차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도 다양하고 이승을 떠나는 길도 다양한 것 같습니다." - p.3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