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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잊어버린 것 - 마스다 미리 첫 번째 소설집
마스다 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스다 미리의 장점은 누구나 한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들,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나게 되는 당혹스러움, 머뭇거림, 망설임 등을 결코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문득 떠오르게 되면 한없이 고민하게 되고 살아가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긴 한데, 하루하루 지나다보면 어찌어찌 살아가게 되는 그런 생각들을 아, 어쩌지~ 가 아니라 맞아, 나도 그렇지... 에서 끝을 낼 줄 아는 작가이다.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에 있어서 책을 찾아보거나 명사의 혜안을 구할 때는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거나 명쾌한 답을 원할 때이다. 그러나 마스다 미리의 경우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고 작가 자신도, 작품 안의 인물들도 그 자리에 머물 뿐이다. 새로운 시각이나 해법 따위는 없다. 그런데 내가 막연히 불안해 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그려내어 주니, 마치 애초부터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 위안이 되기까지 한다. 이것이 마스다 미리가 가진 힘의 정체가 아닐까...
이번 책은 그녀의 소설이다. 여러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자와 남자, 가족, 부모 등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감정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닥 특별한 것은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대표만화 3, 4권 정도 말고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괜찮은 듯 하다. 단편 중 "버터쿠키 봉지"의 경우 '을'의 입장에서 상처받는 계약직 사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다른 작품에선 볼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된다. 이 역시 과한 무게감이나 깝깝함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다운 점이 가득하다. 상사의 또라이질이나 고객의 진상에 몇번이고 사표를 내던지고 싶다가도 직원들과의 수다나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등으로 정신을 빼았기고 그럭저럭 하루를 넘겨가는 일상이 내 일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역시 뭔가 해결점도 없고 용기를 북돋우는 희망의 메세지도 없지만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