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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평점 :
8개의 단편모임집이다.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핑계 저핑계로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고 그나마 이 책은 단편이라서인지 쉽게 집어들었다.
"봄, 사자의 서", "왕들의 무덤", "파충류의 밤"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백꽃",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전원교향곡", "핑크", "우이동의 봄"은 좋았다. 가난하고 사람들은 떠나고 상황은
계속 안 좋아지고 막다른 곳에 몰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으로 힘에 부친다. 불편한 마음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외면하고픈
현실이라고나 할까... 근데 유독 한국소설에는 그런 분위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멀리하게 된다. 그런다고 내가 한국인이 아닌 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전원교향곡"에선 귀농에 실패하고 아내와 이혼한 후 뒤에 혼자 남겨진 남자가 나온다. 매일을 술에 절어 살다가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1박2일을 보내게 된다. 동네 돼지축사를 지키던 셰퍼드가 아이를 물어 뜯고 술에 취해 자던 남자는 아이의 비명소리를 너무 늦게 들었다. 셰퍼드를
떼어내려고 개가 아이를 물은 것처럼 앞니가 빠지도록 개의 목덜미를 물어 뜯는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지만 남자는 그날 밤 돼지축사와 셰퍼드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던가... 힘 없고 능력 없어 아이를 개가 물도록 방치한 남자는 더이상 사람의 체면 따위
던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삽자루나 몽둥이를 들고 덤비는 것도 아니고 개를 발로 차는 것도 아니고 짐승처럼 개의 목덜미를 물어 뜯는다는 것은
그에게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해서 한심하면서도 불쌍했다. 돼지축사와 셰퍼드에게 불을 지른 것도 이미
바닥을 쳤기에 찍 소리라도 내겠다는 의지인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 마치 그 둘의 탓인양 몰아부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되려 그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함으로서 아직 안 죽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남자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물보호단체가 들으면 식겁할 얘기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잘 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럼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