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3
에드워드 벨러미 지음, 김혜진 옮김 / 아고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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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책들이 점점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영화나 책들의 인기가 꽤나 높다고 여긴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왜 국가나 위정자, 가진자들에 대한 묘사는 한결 같은가. 먼 과거로부터 힘없고 배고픈 민중들은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 왜 땀과 피를 뒤집어 써야만 하는지. 시대가 흐르고 국가를 나타내는 이름이 바뀌어 가며 다양한 통치자가 나타나도 왜 국민들의 삶은 늘 팍팍하기만 한걸까. 삶이 피폐한 이들의 주머니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영화나 문학 등의 오락, 예술 산업조차 가진자들의 이권 다툼 마당이 되어버렸지만, 영화 속,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하며 위로부터의 권위와 폭력에 대항하고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는 이들의 모습에 동조하고 열광하는 것은 우리네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뒤돌아보며"를 읽는 내내 이게 정말 SF소설인가 싶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신국가론"이 아니려나 싶었다.

"뒤돌아보며"는 공상과학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장치나 신기술이 등장하지 않으며 그 흔한 외계인도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로맨스가 나오지도 않는다. 책의 대부분은 19세기의 인간인 줄리언 웨스트가 20세기로 가게 되면서 새로운 세기의 삶과 생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는 등의 내용이 전부이다. 생산과 유통 과정, 통치 및 관리 조직, 노동과 여가, 교육 시스템, 종교 생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에 관한 설명은 미래의 인간이 과거의 인간에게 들려주는 것이라기 보다 작가의 강력한 바램이자 주장처럼 들린다. 신문 사회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쓰여졌지만 결코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지는 않는다. 너무도 꿈만 같은 이야기들이 그럴 듯 하게 펼쳐지니 몇번씩 문장을 곱씹어 가며 읽게 되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SF소설인가 보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글이라서... 괜히 울컥하게 되는구나.

[우리 시대의 노동자들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노동의 동기를 찾고, 남이 아니라 자신의 자질로 스스로의 의무를 가늠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능력에 맞는 성취를 하는 한, 그 성취가 크거나 작다고 해서 칭찬이나 비난을 기대한다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 p. 118 ]

["국가가 차린 식탁에서 밥을 먹을 권리는 그가 인간이라는 데 있으며, 그가 자신의 능력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그의 건강이나 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입니다."   - p. 120~121 ]

[ 앞장서서 걷던 리트 박사는 우리의 대화를 듣고 몸을 돌리더니, 19세기에는 비가 오면 보스턴 사람 300명이 우산 300개를 받쳐야 했지만 20세기에는 모두의 머리 위로 우산 하나가 쒸워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주의 시대와 화합의 시대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했다.   - p. 141 ]

[ 우리 교육 제도가 기반을 둔 중요한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모든 사람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이 즐기는 데 필요한 만큼 국가가 제공하는 가장 안전한 교육을 받을 권리. 둘째는 다른 시민이 나와 교제를 즐기는 데 필요한 만큼 나를 교육받게 할 권리. 셋째는 나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지적이고 교양 있는 부모를 보장받을 권리.   - p.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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