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만담 - 글 좀 쓰는 언니들의 술 이야기
아사쿠라 가스미 외 지음, 염혜은 옮김, 이나영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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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는 조금 다른 에세이다. 좋아하는 술이라던가, 즐기는 술자리 분위기 혹은 자주 가는 술집에 대한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나 보다.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과 이른바 '꽐라'가 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이 들려주는 '술을 마신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이 "취중만담"인지라 술을 즐기고 많이 마시는 사람들만 글을 실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아니었다. "심야식당"을 읽다 보면 비엔나 소시지 볶음이나 계란말이, 전갱이 튀김에 술을 마시고 싶은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 술이 당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되려 진지하게 읽게 되는 그런 에세이다. 기대와 달랐지만 실망스러운 건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척 재미난다거나 흥미롭지는 않다. '미우라 시온'과 '가쿠타 미쓰요'의 이름에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건만 굳이 안 봤어도 괜찮았을 듯 하다. 

 

 

[ 다만 나는 계속 이런 식으로 생각해 왔다. 세상에 '옳은 쪽'과 '옳지 않은 쪽'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다면, 아마 나는 분명히 '옳지 않은 쪽' 혹은 '어쩔 도리가 없는 쪽'에 속해 있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비록 넘어진 지면은 딱딱하고 차가웠지만 취했을 때의 그 편안한 느낌은 내 안에서 그것들을 다 쾌감으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 수도원에서 뛰어나온 수녀님들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중얼거리는 내가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건 나쁜 게 아니야." 그리고 그때의 그 생각은 분명 그 이후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 p. 69 ]

 

[ 한편 술에 비하면 담배는 정말 부당할 정도로 적대시 되고 있다.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몽땅 다 금연이다. 건강을 위협한다거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단점을 가진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솔직히 술에 비하면 담배가 훨씬 더 안전하지 않나? 그 증거로 술로 인한 폭행이나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골초라는 이유로 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렀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은 적이 없다. 담뱃값에는 '흡연은 심근경색(혹은 뇌졸증)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운운하는 구절이 크게 적혀 있다. 마찬가지로 술병 라벨에도 '폭행이나 성폭행에 관한' 경고 메세지를 크게 써 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 p.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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