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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오브 갓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2 ㅣ 아서 왕 연대기 2
버나드 콘웰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1권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안타깝고 비참하고 슬프다. 멀린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브리튼의 보물 중 하나인 솥을 찾는 여정이 그려진다.
비겁하고 비열한 란슬롯은 반란을 일으키며 데르벨은 사랑하는 여인을 얻게되지만 아서는 귀니비어에게 배신당한다. 많이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과 비극적인 이야기 역시 등장한다.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엔 갭이 큰 법이고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무지하게 멀다지만 버나드 콘웰이 그리는 란슬롯과 귀니비어는 어린 시절의
그것과 너무 다르다. 란슬롯은 다시 없을 호랑말코 같은 놈이고 귀니비어는 욕심 많은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니무에의 말에 따르면, 귀니비어에게
브리튼을 통치할 충분한 능력이 있지만 시대의 탓으로 직접 나서지 못하고 왕을 만들어 그 옆에 앉을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여자인 탓에
무능력한 현재의 왕들 대신 아서를 그 자리에 세우려 했지만 아서는 이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녀는 란슬롯에게 간 것 뿐이라고... 귀니비어가
아서에게 바란 것과 아서가 그녀에게 바란 것이 달랐을 뿐이며 아서가 그녀를 사랑했을지는 몰라도 그녀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는 알지 못한
탓이라고... 니무에의 말에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애초에 아서가 그녀를 선택했던 그 때부터 이미 귀니비어가 원했던 그 자리는 소원해
진 것이 아닐까 싶다. 역사는 남자가 지배한다, 그러나 그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다... 라고 하던가... 데르벨도 동의했다시피 숱한 전쟁과
분쟁, 정략결혼과 음모에 희생되는 것도 여자이지만, 위대한 영웅과 권력자의 귀에 속삭이며 미래를 바꾸는 이도 여자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바램과 서약으로 꿈꾸고 노력하던 미래는 신의 뜻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결코 알 수 없는 사건들 탓으로 마냥 멀어져만
간다. 데르벨이 이사에게 하는 이야기가 모든 것을 내포하는 듯 하다.
"그래, 멀린도 혼란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란을 두려워하지. 그래서 질서를 갈망하겠지만, 문제는 일단 질서가 완성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야. 세상만사가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하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담ㄴ... 그럼
마술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테니까. 신들께 의존하는 때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 할 때뿐이다. 그리고 신들도 우리가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그래야 당신들의 권세를 확인할 수 않겠느냐?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건 그 때문이라더구나." -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