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연애 이야기라는 것은 어찌 들으면 사랑스럽고 안타까우며 귀엽지만, 한편으론 짜증나고 어이없고 납득할 수 없는 경우도 꽤나 많다. 최근에야 연애사를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도 많이 나오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친구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노처녀 상사의 보기 민망한 껄떡대기, 친구를 들었나 놨다 하는 나쁜 놈, 우연히 듣게 된 동창생의 훈남 남친 이야기 등... 아마도 사랑과 연애는 인간들의 끊임없는 관심사인가 보다. 종족 번식의 본능이 빚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르지만, 서로 부대끼고 어루만지며 온기를 나누고 교감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관계의 목적이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12가지의 연애 이야기 속에는 짜증나는 이야기도, 귀여운 이야기도, 안쓰러운 이야기도 존재한다. 어디서 한번은 들어본 듯 하지만 누구에게나 새로울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11번째 이야기 "나카교 구 오시코지 거리" 같은 담백하고 산뜻한 이야기가 좋다. 교토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나란히 같이 자라온 이웃집 친구와 결혼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끈적끈적한 감정의 응어리들이 보이지 않아 꽤나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비 내리는 밤 회사에서" 나 "공기통조림" 의 경우엔 이기적이고 추잡스러운 사랑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찝찝했다. 다른 사람이 내내 애태우며 좋아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마치 그것이 자기 이야기인냥 하며 중간에 가로채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경쟁구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분야겠지만 감정을 무기로 내세워 경쟁하고 쟁취하는 모양새는 영 흉칙하다. 승자도 패자도 깨진 거울에 비추인 모습들처럼 꺼림칙하기만 하다.

 

일상에 스쳐지나가는 많은 일들과 순간들, 누구나 한번쯤 겪거나 생각해 봤음직한 일들을 글로 옮기는 이들에겐 남다른 재능이 있는가보다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 찰나를 기억하고 포착하여 적절한 단어를 골라 지면을 메우고 읽는 이로 하여금 동감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확실한 재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그런 반복된 생활의 일부로 치부하고 넘어간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만들고 사실은 특별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음을 상기시키니까 말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특정한 테마가 있다거나 멋드러진 문장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녀의 책이 있으면 한번씩 읽게 되는,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곱씹게 되진 않더라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이럴수도 있구나... 하며 읽게 되고, 친구와 오랜 시간 전화로 수다 떨며 나누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아마 그래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녀의 책은 계속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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