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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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역시 길고 두꺼운 고전이 어울린다. 꼼지락하기도 귀찮으니, 이불 뒤집어 쓰고

다른 계절엔 차마 시도하기 어려웠던 긴~ 명작들을 읽어보리라 했었고 이게 첫 책이었다.

 

 

보통 명작이니 고전이니 하는 말들이 붙으면 뭔가 갑갑하고 어려운 듯 하고 복잡한 듯한 문장과

빽빽한 글자에 질리기 일수인데... 어찌나 페이지가 잘 넘어가던지...

삼총사나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같은 뒤마의 이야기들이 만화나 영화로 무수히 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거다. 왜 이제서야 읽었던가 싶게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막장 일일드라마나 신데렐라 풍의 로맨스물을 보는 것처럼 덮어뒀다 다시 읽어도 이전 내용이

쫘악 다시 떠오르고 금새 몰입이 가능하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고전풍의 어투와 문장들이

어색할 법도 하건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우는 아이들 달래는 노하우 가득한 할머니처럼

기똥차서 눈과 귀에 딱딱 들어먹는다.

 

 

1권에서는 복조가리도 지지리 없는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행복과 성공의 절정에서 한순간 추락하여 이프 성의 굴에 갇히게 되고, 감옥 안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나 이것저것 전수 받은 뒤 14년만에 탈옥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묘사나 주변상황, 배경 설명하는데 몇십장씩 들이지 않고 주인공과 조연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절한 설명과 대화로 이끌어 가니 전개가 빨라 재미를 북돋우기까지 한다.

 

 

뒤마는 작가, 소설가라기 보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호기심과 재미가 천차만별이다. 뒤마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태어난 듯 하다. 아들마저도 훌륭한 작가가 된 걸로 봐선 그 집안 유전자에 뭔가 있나보다. 아까 말한 것처럼 배경이나 상황 묘사 등에 그리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야기 속의 상황이 내 눈앞에 3D 입체 영상으로 펼쳐진 듯이 각 장면장면에 깊숙이 빠져들어 그들의 이야기와 움직임을 직접 듣고 있고 보고 있는 듯 하다. 모여있는 군중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이야기의 기술은 뛰어난 문장력이나 아름다운 어휘의 사용 같은 것 보다는 맺고 끊고 밀고 당기는 진행 솜씨에 달려 있는 듯 하다. 뒤마는 그런 점에서 천재다. 인간이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해서도 뭐랄까... 이리저리 재고 꼬고 비틀지 않고 솔직하게 다가가고 표현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유치할 수도 누군가에겐 순수하게 뵐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작품들이 이리 오랜 세월 살아남아 읽히고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 뒤마가 근본적인 걸 제대로 꼬집고 있다는 증거일 거라 생각한다. 5권짜리라 언제 읽냐 싶었는데 금방 읽게 생겼다. 한동안 책 읽는 게 흥미가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너무 가벼운 책들만 읽어서 그랬나보다. 다시 위대한 작가들의 에너지 좀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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