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7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나'는 '프리드리히'라는 유대인 친구가 있다. '나'의 집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었고, '프리드리히'의 부모님은 자상하고 따뜻하며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다. '프리드리히'의 아빠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사람들은 '프리드리히'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모늠 사건사고의 주범으로 몰아간다. 심지어 학교도 같이 다닐 수 없게 되고, 옷 위엔 노란 별을 수 놓아 다녀야 한다. '프리드리히'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공습 중 대피소에 조차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고 당황스럽기만 하다.

독일의 유대인 박해는 인류 역사상 워낙 유명하고 악랄한 사건 중 하나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에 관한 영화나 책들도 워낙 많다. 2년 전쯤이던가... 폴란드 크라코프의 오슈비엥침에 다녀왔었다.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던 그곳의 모습이 너무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워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긴 했지만 내가 아무리 오지랖이 넓다해도 그때의 기억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뭐랄까... 그냥 나랑 같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미워하고 탄압하고 괴롭히고 몰살시킬 정도까지의 감정을 지니고, 그런 일련의 계획들을 진행시켜 갔다는 것에 대해 경외스러울 지경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같은 이유로 나는 꽤 나이가 든 지금에서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사극을 좋아하게 된다더니 언젠가부터 그게 그리 재미있더라. 다만 드라마를 보면서 저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각색에 의한 것인지, 특정 인물이 부각되거나 오바스럽게 굴면 진짜 과거에 저랬었는지 끊임없이 찾아보게 되었다. 덕분에 TV앞 소파에는 아이패드와 핸드폰이 항시 놓여져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감정이 제대로 역사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되어 조금씩 관련 책들을 읽게 되었다. 우리네 역사 교육이 진즉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더라면 단순한 연도와 왕 이름 암기 식의 지루한 과목이 아니라 훨씬 흥미진진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각설하고 역사를 안다는 것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있지만 바로 알기 위해서도 있음이다. 뭐랄까, 일어난 사실 자체를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거기서 뭔가 옳고 그른 것,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잣대랄까... 그런 것을 얻어야하지 않을까? 유대인이 아픈 역사로 오랜 세월 고통 받았음을 모두가 안다. 그러나 모진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장래에 다시 악독한 시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오늘날의 유대인들은 과거의 자신들이 당했던 것처럼 또 다른 민족을 몰아붙이고 찍어누르려 한다. 다른 이를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결코 아닌데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만든다. 인간이란 결국 이런 추악한 감정과 이해 관계에 얽힌 동물에 불과한가... 싶어서 말이다. 내가 맞았으니 너도 맞아봐라 하는 유치하고 잔인한 싸움들...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