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에 엄마를 모시고 약 3개월의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루트는 남들이 많이 가는 서유럽 일대와 동유럽, 그리고 크로아티아까지...
마침 엄마는 힘든 수술과 오랜 항암치료를 무사히 견뎌내어 완치 판정을 들었고, 환갑을 맞이하셨다.
역마살 가득한 이 딸은 여행 좋아하는 엄마가 꿈에도 그리던 유럽배낭여행을 환갑선물로 준비했고
주위의 걱정과 우려를 뒤로 하고 여행을 다녀왔더랬다. 웬걸, 엄마는 암환자도 환갑의 체력 떨어지는 아주머니도 아닌, 가슴 설레어하며 두 눈을 반짝이는 여행자였다. 10여명의 남녀가 한방에서 생활하는 도미토리에서도, 밤새 흔들리며 가야하는 야간열차에서도 엄마는 신기해하며 즐거워했고, TV에서 많이 보던 명소나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에 등장하는 장소에 가면 두 볼에 홍조를 가득 띄우며 행복해 하셨다. 여행 중 어느 날 엄마는 내게 "죽기 전에 지금 이 순간들이 주욱~ 떠오를 거 같다."고 하셨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했던 [꽃보다 할배]에서 신구 할아버지가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걸 보고 예전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했더랬다. 며칠 전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하셨다. 아들과 엄마가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라 하시며 우리 여행의 기억이 많이 생각나더라 하셨다. 나 역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책을 읽은 후엔 2년 전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더라. 30여년 동안 함께 살아온 기간에도 느끼지 못했던 엄마와 나, 부모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운명이랄까 인연이랄까 하는 둘 사이의 끈을 3개월의 여행기간동안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 우리보다 더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이 틀림없었을 긴 여행기간동안 그 분들도 우리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진솔한 글과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하지만 책 속에 조금씩 등장하는 작가의 어머니가 쓰신 글들에 더 눈이 간다. 여행 내내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 딸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셨다는 저자의 어머니, 동익님이 무척 궁금하다. ^^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 p.78]
동익님(^^''), 책 속에 등장하는 동익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 어떤 유명한 시인이나 위대한 작가의 글 못지 않게 제 가슴에 와 닿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좋은 기억 언제까지나 고이 간직하시고요, 또 다른 기회(?)를 꿈꾸시고 저지르실 수 있는 건강도 함께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