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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의 게임 ㅣ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1
올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은 "노인의 전쟁"이었다. 너~무 너무 재밌게 본 터라 그 시리즈를 홀라당 다 읽고 나서 다른 SF를 찾아 볼 생각은 안 했더랬다. 실망할까봐... 사실, SF는 잘 만들면 무릎을 칠 만큼 재미나고 멋지고 환상적이지만 그렇지 못 하면 유치하기가 끝도 없는 조잡한 인쇄물이 될 것이 분명하니 다른 어떤 장르의 책보다 쉽사리 덤비질 못 하겠더라.
엔더의 게임은 1986년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다 석권했다. 잘 썼다는 인증을 일찌감치 받은 셈이다. 올 겨울에 영화로도 개봉된다하니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으면 일단 원작을 얼렁 읽어야 할 듯 했다. 줄거리 소개에도 있지만 엔더는 아이다. 그것도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아군을 지휘할 지휘관으로 키워질 운명으로 점찍어져 태어난 셋째, Ender. 우리나라로 치자면 딸 그만 낳겠다는 뜻의 말순이, 끝순이 등과 동급인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의 인생은 대체로 고달프지만 엔더의 삶은 범우주적으로 다사다난하다. SF에서 외계종족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거의 예정된 수순이지만 유독 이 작품의 독창성이랄까 창의성이 빛나는 것은 그 대상이 아직 밤중에 이불을 적셔도 괜찮을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전투를 위한 지휘관이 되고자 나고 길러진 아이, 말만으로도 안타깝고 불쌍한 일이지만 그 덕에 작품은 잔인하고 날카로운 신선함을 지니게 되었고 독자의 시선을 붙들어 둘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일본 애니 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신지는 자신의 운명과 자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방황하지만 엔더는 그럴 시간이 없다. 신지보다 훨씬 어린 나이, 여섯 살 때부터 인류 구원이라는 막중한 짐을 졌음에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그를 최고의 지휘관으로 키워내려는 주변인들의 의도와 계획 속에서 휘둘리느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이다. 아이의 정신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가운데 외계 종족 버그와의 일전은 다가오고 하루하루를 게임이라는 이름의 시뮬레이션 전투로 연습, 훈련하는 엔더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자신을 내몰게 된다. 엔더의 최후의 게임에 대한 것은 왠지 짐작이 갔다.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빠져들다보니 아,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씩 파고들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신민지 이주 후의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 그런 경험을 한 엔더가 평범한 지구의 시민으로 돌아가길 어려울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 마지막 편에서도 프로도가 떠나지 않는가...평범하지 못한 세계를경험한 이들은 결코 그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것이 모험이든 사고이든간에 말이다. 아무튼 엔더의 마지막 이야기는 뭔가 인류는 하나다~의 수준을 넘어 우주는 하나다~ 뭐, 그런 마무리로 멋지게 막을 내리려 한 것 같은데 약간 어색한 듯 하지만, 주인공이 유년기를 빼앗긴 아이였다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게 살아남은 어른의 몫일테니까...
그런데... SF를 쓰는 작가들의 머리속은 대체 어찌 생겨먹은 것일까... 80년대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첨단 기기들과 생활들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그려가며 공감한 것일까... 한 예로 엔더와 동료들이 학습이나 게임 등에 사용하는 책상, 그건 지금의 태블릿PC의 개념인데 그 시절에 이런 것을 상상하여 만들어내고 작품에 활용했다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피터와 밸런타인이 가상의 인물로 활동하는 네트의 개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과연 언제나 꿈꾸는 존재인걸까 아니면 단지 작가가 잘난 걸까... 평범하고 흔한 대중 속 하나인 이 독자는 마냥 감탄할 뿐이다.
아, 영화가 어찌 나올랑가... 기대반 걱정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