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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나 따뜻한 울타리이지는 않은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불완전한
'모성'으로 인해 상처받은 세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우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려 한다. 그러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었던 어느 밤에 그들은 우연히 마주치고,
무심결에 상대를 보듬어 안는다. 지금 죽지는 말자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잠시 잊고
떠나보자고….
그렇게 그들은 죽음을 보류한 채 서로에게 기대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에 오른다.
바다에서 길을 잃고 떠밀려온 고래가 있는 저 먼 바닷가 작은 마을로. ]
어머니란 존재는 위대하지만 위험하다. 작은 손짓,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다. 누구나 처음부터 어머니일 수는 없다. 좋은 엄마가 되느냐 나쁜 엄마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운명일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아픔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채로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계속 고통 받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가 있다. 어머니의
상황에 대한 이해보다 애정이 더 고팠던 아이이기에 상처는 깊어만 가고 마음은 갈 곳이 없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보려 해도 그 틀에 갇혀 살아온 세월 자체가 이미 뼈 속 깊이 새겨져 있어
그들은 '죽음'이라는 도피책을 쓰려 한다. 다만 죽기 전에 한 가지만...
깊은 바다를 헤엄치던 고래가 작은 바닷가 마을까지 내려온 뒤, 세상과 마을 사람들은 고래를
다시 먼 바다로 보내려 애쓴다. 구경꾼들과 고래박사, 자원봉사자들이 애를 써도 고래는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만을 벗어나 헤엄을 치다가도 다시 돌아올 뿐... 고래의 마음은 어디 있는 걸까.
상처받고 우울하고 불행하며 하루하루가 갑갑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그런
책은 아니다.도리어 작가는 고래박사의 입을 빌려 인간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고래에게 덮어
씌우지 말라고 한다. 고래에겐 그들의 세계와 규칙이 있고 거기에 인간이 개입해도 되는건지,
그저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유토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단지 인간 하나하나를 그대로 받아
들이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까...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들은 모두 나름의 뚜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유토는 놀랐다. 그
들에게는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패션이 있었다. 가치관과 취향에 맞춰 고른
아이템이 빽빽이 채워진 자신만의 책꽂이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이든 음악이든
판매 랭킹 상위에 들어 있는 것이 좋은 것인고 뛰어난 것인 줄 알던 유토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토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고유명사를 술술 읊어대는 친구가 자기 또래라는 게
신기했다.]
[감정을 삭일 때 마다 자신이 사라져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