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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평점 :
요즘 같은 시대엔 생산적이지 못한 것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대상이 영화나 음악, 특정 장소라도 되는 경우에야 아날로그적이라는 둥 복고라는 둥
그나마 대접을 받지만, 그래도 남보다 앞서 나가고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식의 발빠른 움직임에
모두들 현혹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은 뛰어가다보면 숨이 차고 발이 꼬여 잠시 멈추게 된다. 숨을 고르며 어디쯤인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 정설이다. 다만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고 굳이
소리내어 입 밖으로 내놓지 않을 뿐이다.
미처 하지 못한 말, 자연스레 잊혀진 추억, 무심결에 내뱉은 말, 모른척 돌아서버린 외면의 순간들은
살아가는 도중에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에 다시금 덮어 버리게 된다.
미미여사는 그런 인간의 심리를 꽤나 자주 들춰내는 편이다. 미미여사가 그려내는 현대물 중의
다수가 깊숙히 숨겨져있던 어두운 마음의 일부분에 물꼬를 내는 식이다. 바람이 가득찬 풍선에
작은 바늘로 구멍을 내면 둘 중 하나다. '빵' 소리와 함께 터져버리던지,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빠져나가며 볼품없이 부피가 줄어드는 풍선이 이리저리 나뒹굴던지...
어느쪽이든 결과는 볼품없다. 쌓아둔 것이 많은 인간은 망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지 천천히 진행되든지의 문제일 뿐이다.
이 책은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눈의 아이', '장난감', '지요코', '돌베게'까지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만 마지막 '성흔'은 좀더 묵직하다. 더불어 책말미에 편집자가 미미여사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 좋은 문장들만을 갈무리해서 모아둔 것이 있는데, 이를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미미여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편집자가 모아둔 문장들을 보며 자신의 기억을 한번씩
더듬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