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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줄거리 - 아라딘 책소개 중 발췌
영국, 옥스퍼드 교외의 한 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업가 빅터 단리의 아내가
저택 꼭대기 층 다락방에서 칼에 난자당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 하지만 다락방의 창문과
출입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미궁에 빠진 사건은 결국 자살로 종결된다. 그리고 저택은
여인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에 개의치 않는 세입자 래티머 부부가 나타나고,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아서 화이트와 그의 아들 헨리, 존의 친구 제임스와 그의 여동생이
참석한 가운데 이들을 위한 환영회가 개최된다. 공교롭게도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음습한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열린 이 환영회에서 래티머 부인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데… ]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치고 복고를 멀리 할 수 없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치고 클래식에 눈 돌리긴 쉽지 않다.
영화를 즐긴다면 예전의 흑백영화를 안 찾아볼 리 없고
미스테리팬이라면 고전추리란 단어에 가슴이 설레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나는 미스테리계에선 입문자 수준에 머무는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고전, 암호, 밀실 이런 단어를 보면 말 그대로 울렁울렁두근두근쿵쿵! 상태가 된다.
책 겉표지에 적힌 홍보문구에 들어간
봉인된 다락방, 뒤바뀐 시체, 희대의 마술사의 그림자, 배경은 50년대의 영국...
이란 단어들만 보아도 충분히 낚일 법한데
1987년 코냑상 수상작...이라니...이처럼 향기롭고 알딸딸한 유혹을 어찌 피할 수 있을까.
작품을 읽는 내내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매혹적인 키워드와 소재들을 등장시켜 호기심을 일깨우는 것이 첫째요,
줄지어 일어나는 사건들의 설명할 길 없는 기이함이 둘째,
이토록 벌려놓은 사건들을 어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셋째였다.
여기에 덧붙여 대개의 유명작이 그러하듯이
독자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드는 트릭을 밝혀내고
의외의 반전을 통해 진범을 찾아 수면위로 드러내면 화려한 막을 내리게 되지만,
이 작품에선 한가지 설정을 더 추가하는 커튼콜을 만들어냈다.
3부에서 작품의 흐름을 잠시 중단하고 주위를 환기시키게 되는 장면에 이르면
으잉, 뭐가 어찌 돌아가는거지...싶은 마음이 들고
지금껏 읽어 온 작품의 질을 폄하시키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참고 마지막 장인 5부 에필로그에 이르면
뭐냐... 싶던 마음이, 오호~ 하며 다시 돌아서게 됨을 발견할 수 있다.
각 캐릭터에 대해 뭔가 있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를 잔뜩 향하게 하고
일어난 사건들 배후에 엄청난 비밀이 잔뜩 있는 듯이 끌어온 스토리에 비해선
약간의 실망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마지막에 줄줄 풀어내는 사건들의 트릭과 진실은
의외로 싱겁게 느껴져 배신감이 가중될 수도 있다.
본디 맵고 짜고 달디 단 음식은 자극적이고 매혹적이긴 하나 속도 불편하고 몸에도 좋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식재료가 골고루 들어가 잘 어우러진 전골과 비빔밥은 그 맛이 의외로 담백한 법이다.
거장이 보여주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깊이 있는 향과 맛을 한껏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