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옛날옛적에...가 아니라 11년 전에 알텐하인 마을에

정말 잘 나가는 엄친아 남자애가 한명 살고 있었습니다.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심지어 얼굴도 잘 생긴 토비아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전 여자친구와 현 여자친구 2명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들어가 10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고향에 잠시 들렀습니다.

알텐하인 최고의 명소로 손 꼽히던 아버지의 레스토랑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의 눈총과 괴롭힘에 지친 부모님은 이혼하셨으며,

홀로 남은 아버지의 굽은 등과 흰머리, 고된 마음고생으로 찌든 얼굴을 대면하고는

차마 발길을 되돌리지 못 하고 마을에 남기로 하였습니다.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고

마을 사람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그 와중에 죽은 여자친구와 꼭 닮은 아멜리라는 소녀가 실종되고

토비아스는 다시 한번 용의선상에 서게 됩니다.

 

제목의 탓으로 구연동화하듯 줄거리를 적어 보았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아, 정말 제목 잘 지었네...하는 생각을 했다.

어찌 이리 무시무시하고 의미심장한 말투를 구사했는지...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다.

백설공주라는 동화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눈처럼 흰 피부, 흑단같이 검은 머리카락,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예쁜 아이...

글쎄...난 어린 시절 처음 읽고 들었을 때부터 저 문장이 너무 무서웠다.

저게 과연 아름다움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

굳이 '피'라는 단어가 들어가서가 아니라 그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면

어린시절 엄마 뒤어 숨어서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처럼 보이곤 했다.

백설공주가 태어난 뒤 풍파가 가득한 집안꼬라지를 보거나 그녀의 팔자를 보건대,

그 극단적인 미모가 결코 좋은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고 확신하게 된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

난 작은 마을이 싫다...

시골의 한적한 작은 마을은 더더욱 싫다...

누구네 집 부엌에 찻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거...

무섭고 기분 나쁘고 소름끼친다.

현대사회의 익명성이 어쩌고 이웃과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가 어쩌고 간에...

난 어느 정도의 사생활과 건드리지 말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실질적이고 정신적인 울타리가

눈에 보일만큼 확실히 구분되어 존재하길 원한다.

인간적, 감성적 교류와 사회성의 문제를 떠나 존중받고 보호받고 싶은

자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알텐하인 마을의 숨 막히는 분위기가 너무 이해가 되었고

죄인으로 돌아온 토비아스의 답답한 심정 역시 납득이 갔다.

말이 많으면 문제가 생기고, 방귀가 잦으면 뭐가 나온다고...

책장을 넘기다보면 마을에 도는 이상한 낌새를 금새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대대로 살아온 마을과 평생을 함께 지낸 이웃, 친구들이 등을 돌린다면

과연 사람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믿어야 할 사람은 누구이고, 의심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이 책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국내에는 제일 먼저 소개된 것이다.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고 싶어하는 스타일인지라 1권부터 읽다보니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3편인 깊은 상처가 조금 더 취향에 맞긴 했지만

이번 작품 역시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독일인 특유의 감성 탓으로 쓰잘데기 없는 등장인물들간의 감정소모는 거의 없이

작품 자체의 줄거리에 열중하다보니 그 질이 떨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랜 생활 형사생활을 쉬던 피아가 다시 복귀해서 보덴슈타인 반장과 팀을 이루었을 때,

일본소설이었다면 결혼후 휴직했다가 7년(맞나?)만에 복귀한 여형사와 팀을 이룬 반장이

그녀를 못 마땅해하며 서로를 관찰하다 갈등도 생기고 어쩌고 할테고

사건을 해결해가며 감정적 거리를 좁히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했을텐데 말이다.

숫자와 논리, 현실적 감각으로 가득찬 독일인 특유의 기질이 가득 발휘되는 것은

이번 권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덴슈타인과 코지마의 이별은 안타깝지만

그녀 없는 새로운 생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바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보덴슈타인의 의식구조랄까...

(물론 그 나름대로 힘들어한 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픔과 자유의 감정이 오버랩되는 게 아니라, 아픔 끝, 자유 시작의 선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드물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 나름 시원스럽기까지 했다...

얼마전 출간된 시리즈 5번째 권이 책장에 있다...

그치만 조금만 더 아껴두련다...

난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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