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쫓기는 느낌과 뭔가 해야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지쳐서

세상도 사회도 사람도 싫어져 외면하고픈 순간에 집어든 책이다.

최근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힐링스러운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을 고른 것은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참 기분좋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 자신감, 생산성, 스마트함, 열정, 노력 등등의 자극에 질려버려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모 브랜드의 광고처럼 지친 내 자신을 다독다독 해 줄 뭔가가 절실했다.

됐다고, 내려놓으라고, 괜찮다고 그런 말을 원했던 걸까...

아마 나는 내 인생에서 잠시 쉬어가야 할 장소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숨고르기를 하는 순간에조차 불안하고 초조한 내 심정이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제목에서부터 내가 찾던 위로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묻어나는 감성과는 다소 다르지만

그래도 내게 충분히 공감되고 힘이 되어준 글이라 하겠다.

 

[요즘 가면 우울증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가면 우울증이란 속마음은 우울한데

겉으로는 쾌활한 척해야 하는 간극에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사회에서 우울한 이들을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편견을 가지기 때문에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 에이프릴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아서이런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다.

그녀는 야망만 쫓는 정치인이 싫었을 뿐이다. 그리고 거창한 주제들을 화제에 올리며

지구를 다 책임지고 있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의 엄숙주의와 이중성을 싫어할 뿐이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견 표명을 유보하고, 의견을 갖는 것에

피로감을 보였다는 이유로 에이프릴은 졸지에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만다.]

 

[ 어느 자리에서나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는 사람이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 머릿속은 그보다 몇 배 더 복잡하게 작동한다. 복잡한 세상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딱지가 붙는다. 깡통, 백치, 회색주의자, 무책임한 사람,

정치적 무관심주의자, 무사태평주의자...... 그러나 때때로 멋진 확신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만든 현실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이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집단 학살이나 전쟁은 모두 지나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생각이란 것에 사로잡히다 보면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하기

시작하면 내 생각을 따르지 않는 상대에게 화가 나고 노여움이 생긴다.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밖으로 제때 표출하지 못한 분노의 화살은 결국 나를 찌르게 마련이다.결국

내가 옳다는 생각이 일으킨 풍파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갈등과 피로가

따르는 것. 그것이 생각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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